'말 안듣는' 부모님
ㅣ 마법의 설탕 두 조각
겨울 방학이 깊어가는 1월입니다. 혹시 오늘도 말 안 듣는 아이와 실랑이하느라 진땀 좀 빼셨나요?
여기 말 안 듣는 '부모님' 때문에 속상한 아이가 있습니다.
'렝켄은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아이입니다.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대해 주고, 렝켄이 원하는 걸 들어주기만 하면 그렇습니다. 다만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해 주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였지요. 렝켄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돈을 달라고 하면 아빠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돼, 벌써 두 개나 먹었잖아.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배 아파요."
렝켄은 이렇게 계속 참고 지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정을 찾아가기로 했지요
렝켄은 정말로 요정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각설탕을 두 개 주마. 물론 마법을 부리는 각설탕이야. 그것을 네 엄마 아빠가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커피나 차 속에 넣으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야. 그 설탕을 먹은 다음부터는 네 부모가 네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원래의 키에서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 거야. 매번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지."
렝켄은 정말로 각설탕을 부모님의 커피에 넣었고 부모님은 반으로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지금 마법에 걸린 거예요. 그렇지만 이제부터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고, 내가 하는 말에 반대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
"아빠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아빠는 내가 해 달라고 하는 걸 왜 한 번도 안 해 줬어요?"
작아진 부모님 앞에서 렝켄은 통쾌해합니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있게 되었지요.
세수도 하지 않고, 이도 닦지 않은 채 그냥 침대로 가서 누웠습니다.
렝켄은 행복했을까요?
배가 고플 때, 손가락이 베였을 때, 천둥번개가 치는 밤이 무서울 때, 현관문이 잠겨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 어린 렝켄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법을 푸는 방법은 쉽지 않았습니다.
"네가 그 설탕을 직접 먹어야 해, 곧바로.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그렇지만... 내가 그 설탕을 먹으면 엄마와 아빠에게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내 키도 점점 줄어들게 되는 건가요?"
"만약에... 네가 네 엄마 아빠의 말을 절대로 거역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불가능해요. 그건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에요."
과연 렝켄은 어떤 선택을 했을 까요?
만약 렝켄이 마법의 설탕을 먹고 무조건 말 잘 듣는 딸이 된다면 부모님은 행복해질까요?
함께 읽는 어른도, 아이도 따스한 위로를 받는 느낌을 안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1995년에 나왔던 기존 출판물에 판형과 그림을 달리 해서 새로이 출판된 책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갈증과 서러움을 정말 잘 대변해 주고 있는 좋은 책인데 표지가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출판된다는 소식이 반가웠었어요.
지금 아이의 방학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 / 미하엘 엔데 글 / 줄리안 크리스티안스 그림 /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22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