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어깨 위로 올려 3초간 흔들면 일어나는 일

| 어색 시즌 극복기

by 느닷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학교는 정류장이고 자신들은 버스라고 말한다. 시간이 되면 출발해야 하는 버스. 그래서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6년을 머무는 학생들이라고. 여하튼 해마다 많은 선생님이 새로 도착하고, 많은 선생님이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그러다 보니 새 학기의 어색함은 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저 먼저 웃고 반갑게 인사 나누며 정을 붙이면 되는데 이런 사실을 몰랐던 신입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많은 초보라 그랬는지, 초보는 원래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독 나만 다른 선생님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주눅이 들고 나날이 마음이 작아졌다.

하루는 교무실 커피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던 체육전담샘과 교무주임샘이 지나가던 나를 보고 잠깐 앉았다 가라며 손짓을 했다.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는 이들과 날씨 이야기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었지만 사교성을 총 동원해 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정쩡히 앉아 꾸역꾸역 커피를 마시며 학교 돌아가는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복도에서 멀찍~이 마주친 체육전담샘이 갑자기 왼손을 번쩍 들더니 좌우로 힘차게 흔들며 내게 인사를 발사했다. 보통 복도에서 마주치는 이와 일상적으로 나누는 고개 까딱이는 목례인사가 아니었다. 표정의 디테일을 다 알아볼 수 없는 거리였지만 활짝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목례보다 훨씬 많은 근육을 사용하는 큰 동작 때문인가? 사랑이 듬뿍 담긴 것처럼 보였다.

순간 멈칫했지만 나도 얼른 오른손을 번쩍 들어 좌우로 흔들며 먼 거리를 날아온 인사에 걸맞은 답례를 했다. 나름 순발력 있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체육전담샘이 손을 내리며 교무실 뒷문으로 쓱 들어갈 때 흘낏 오른쪽을 보니 내 손은 미처 어깨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가슴 앞에서 소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쉬웠다. 나도 어깨 위로 높이 들었어야 했는데! 도화지에 물감 한 방울 스며들듯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저 사람과 갑자기 가까워진 것 같은 푸근함이 어색한 내 마음에 빗장을 풀어헤쳤다.




다음날 나는 저~쪽 교무실 복사기 앞에 서있는 체육 전담샘과 눈이 마주친 순간 활짝 웃으며 복습의 시간을 가졌다. 오른손을 재빨리 어깨 위로 높이 들고 좌우로 3초간 힘차게 흔들었다. 오늘의 안녕과 반가움과 정을 듬뿍 담아 발사했다. 체육 전담샘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나와 같은 강도의 푸근함을 전달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어색한 관계 한 명이 사라졌고 나는 체육전담샘과 편하게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이 마법 같은 어깨인사를 자주 활용하면서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도서관 VIP 학생을 복도에서 마주치면 반가움과 오늘의 행복을 듬뿍 담아 양손을 다 흔든다. 어깨인사가 아직 부담스러운 사람과는 가슴높이 인사부터 트는 것도 방법이다. 가슴높이 인사를 할 때는 활짝 보다는 작은 미소와 함께 잔망스러운 손목스냅을 사용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다.


내게 이 마법 같은 어깨인사를 보여 주었던 체육전담샘은 아는 것을 실천하고 표현하는 고맙고 훌륭한 교육자다. 그녀가 얼마 전 교육부장관표창을 받았다. 당연하다. 멋진 사람은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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