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쉽지 않은 환경보호.
이곳은 전교생 965명과 교직원 9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초등학교. 하루에 쏟아지는 우유팩이 최소 900개, 2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쓰레기만 10개 이상이고, 급식에 요구르트라도 나오는 날에는 플라스틱 요구르트 병이 천 개가 넘는다. 요리 수업이나 실험 같은 유형의 무엇을 만드는 수업을 하고 나면 분리수거장에 엄청난 쓰레기가 쌓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도서관 옆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보이는 쓰레기 수거장에 쌓이는 거대한 쓰레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무기력해지는 나를 느낀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아이들이 벌써 4학년이 된다. 2020년에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결국 마스크 벗은 친구와 수업 한번 못해보고 졸업을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되려 친구의 얼굴이 낯설다는 이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정말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회용 마스크를 대량 소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찜찜하다. 이 마음에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고자 빨아 쓰는 마스크를 사용하고,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휴대하고 다닌다. 빨래는 모아서 세탁기를 돌리고, 과대포장된 제품이나 일회용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옷이나 신발의 소비를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걸어간다. 이렇게 작은 실천을 하면서 마음에 위안을 삼았더랬다.
2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진행했던 도서관 행사 사진들을 정리했다. 뭐든 손에 쥐여주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행복해서 그랬을까? 책갈피며, 가방이며 뭔 만들기 행사를 그렇게나 했었는지...도서관 이벤트의 대상은 대부분 전교생이었다. 지난 행사 사진들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환경보호 한답시고 앞으로 소소하게 실천하고 뒤로 크게 훼손하고 있었구나! 내가 아이들의 손을 빌려 열심히 예쁜 쓰레기를 대량생산 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엉터리 성적표를 받아 든 것처럼 부끄러웠다.
3년 전부터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 중에는 시들어가는 지구의 환경오염을 고발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책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툰베리의 이름을 딴 책 제목은 또 어찌나 많은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추천도서 목록에도 환경보호와 관련된 책이 꼭 빠지지 않고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대출은 별로 이뤄지지 않으며 수업에도 크게 활용이 안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으로 만들기 수업을 하거나 무슨 키드를 사서 환경보호 수업을 진행하는 걸 지켜보면 정작 수업이 끝난 뒤 쏟아지는 쓰레기의 다양함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곧 알게 된다. 재활용품을 글루건으로 붙이고 테이프로 감아가며 만든 그것은 이제 분리수거도 안 되는 예쁜 쓰레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뭔가 맞지 않다. 환경보호라는 목표는 같은데 방법이 중구난방이다. 나는 굳이 도서관에서 까지 재활용도 안 되는 만들기를 해야만 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도서관 행사에서는 가능한 무형의 가치를 매만지는 경험을 제공하기로. 내년도 도서관 운영계획은 친환경의 눈으로 한 번 더 꼼꼼히 검토하고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