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독서가 되는법]
언제나 진리는 간단하다. 평생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읽는 행위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해야 한다. 냉난방이 부족해도, 은은한 조명이나 푹신한 의자가 없어도. 수시로 짬짬이 틈틈이 읽을 수 있도록 손 닿는 곳에 늘 스마트폰처럼 책이 있어야 한다. 세상 모든 기술은 반복해야 습득할 수 있고 연마할 수 있다. 독서도 다르지 않다. 그냥 읽자. 당신이 이미 듣기와 말하기를 할 줄 알고, 글자를 안다면 읽기를 위한 준비는 완벽하다. 도통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수준을 낮추자. 좀 더 쉬운 책. 좀 더 가벼운 책. 독서라는 것을 즐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 아이도, 어른도 그림책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책은 직관적이고 쉽다. 그림 속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메시지는 재미있고 새로운 시각이나 생각을 끌어내는데 유용하다. 색다른 사유를 하는 경험은 즐겁다. 인간은 심심할 때 즐거운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을 때 스마트폰 말고 책이라는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읽어보니 어렵지 않고, 재미있고, 문제나 고민해결에 도움을 받거나,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유용함을 맛보게 되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게 된다. 자꾸 읽다 보면 고도의 기술이라는 '읽기'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심지어 점점 커지는 지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책,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고 싶어 진다. 게임 속에서 상위레벨로 올라갈수록 더 큰 짜릿함을 맛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독서의 최종레벨은 쓰기이다. 장담하건대 자꾸자꾸 읽다 보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올 것이다. 순서가 그렇기 때문이다. 듣다 보면 나도 말하고 싶고, 읽다 보면 나도 쓰고 싶어 진다. '듣말읽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생각근육이 단단해지고, 성글었던 나의 철학이 공공해지면 점차 생을 안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어떤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다들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다.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그러니 그냥 읽자. 누구를 읽히려는 시도는 제발 그만두고 그냥 읽자. 시간을 좀 들여서 도서관에 가자. 에너지를 좀 들여서 책을 손에 들고 읽자. 어떤 책을? 그저 내 흥미를 끄는 책을 툭 펼쳐보자. 읽다가 재미없으면 덮고 다른 책을 읽자. '읽어야 하는 책' 말고 '읽고싶은 책'을 찾을 때 까지 쓱쓱 펼쳐보자. 첫 독서는 꼭 도서관에서 시작하자. 돈이 먼저 투자되면 자꾸 본전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베스트셀러라서, 추천도서목록에 책이라서, 필독서라서, 숙제라서, 선생님이 추천해서 덜컥 샀는데 내 수준에 맞지 않거나, 재미가 너무 없으면 어쩌나? 초보 독서가는 본전 생각에 다른 책을 다시 사지는 못하고, 잘못 산 책을 꾸역꾸역 읽다가 책과 헤어지는 우를 범하곤 한다. 특히 전집은 그런 이유에서 정말 최악이다. 전집의 내용이야 당연히 좋겠지만 누구나 그 많은 책을 한방에 술술 잘 읽어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전집이 일부는 읽히고, 대부분은 읽히지 못한 채 서가장식의 역할을 담당한다. 장식된 전집을 볼 때마다 본전생각이 절로 나고 무시로 아이를 닦달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집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 나타나도 덜컥 살 수 없는 마음이 된다.
돈은 능숙한 독서가가 된 다음에 투입할 자원이다. 좀 더 효율적이고 편한 독서를 위해서 말이다. 두고두고 감동을 음미하고 싶거나 재독 하고 싶은 가치 있는 책들을 소장하기 위해 돈을 쓰자. 줄도 좍좍 긋고, 모서리도 접어가며 마음껏 즐기고 싶을 책을 만났을 때 아낌없이 돈을 쓰자. 그렇게 늘어나는 책을 위해 서가를 구입하고, 오래 앉아있을 내 허리를 위해 좋은 의자도 사고, 오래 읽다 보면 눈이 피로할 수 있으니 독서대와 조명도 신경 쓰고 어쩌고... 이렇게 마지막 순서로 돈이 투자되면 삶에 책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그렇게 우리는 안정적으로 평생 독서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