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반. 아들이 스터디카페에서 돌아왔다. 손이 시리다며 호들갑스레 내 손을 맞잡으며 안긴다. 녀석의 큼직한 후드티에서 겨울냄새가 배어난다. 스테인리스에서 날법한 냉랭한 은회색 냄새에 나도 모르게 코가 찡끗한다. 그리 추운 줄도 모르고 맨발로 태평히 책을 읽고 있던 나는 LED조명 환한 이 집이 문득 고맙다. 매일 목덜미를 흥건히 적시던 한여름 폭염도, 예고 없이 찾아온 겨울의 냄새도 적당히 걷어주는 집. 식물들이 철도 모르고 아무 때나 새싹을 틔워대도록 평온한 집. 변덕스러운 날씨 녀석 눈치 보지 않고 두 다리 뻗게 해 주는 이 집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