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은 누가 심었는가?
* 그림책 속 키워드
#역할#전환점#성숙#가치#기회#소명#본질#사랑#자아#자존감#자신감#사회적약자#다름#장애
질문으로 읽는 그림책
* 화병에 금이 가면, 흠이 있으면 무조건 다 불행할까?
*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불행한 존재인가?
* 화병은 왜 화가 났을까?
*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타협? 관망? 만족? 성숙?
*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나의 본질은 무엇일까?
* 쓸모는 누가 정하는가?
* 꼭 쓸모가 있어야 하는가?
* 나에게 무용하면서 소중한 것이 있는가?
* 내 역할 변화의 역사는 어떠했나?
✨ 오늘의 대화
화병에서 화분으로 내 이름이 바뀌는 사건은 내 잘못도, 내 의지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살다 보면 의도한 변화도 있겠지만 대부분 우연히 느닷없이 일어난다. 생이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은 싫을 수도 있고 흡족할 수도 있다. 어쩌면 역할이 바뀌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감사한 기회일 수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소명이라 생각한다면 기회다. 반면에 삶이 내 계획대로,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한탄하는 이들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와 싸우는 꼴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과, 도달하고자 하는 종착지는 절대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이 껄끄러운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지 않으면 행복은 언제나 먼 미래를 위한 단어일 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집안에 재롱을 담당했었다. 좀 더 자라면서 학업으로 부모님의 자랑이 되었다가, 취업과 결혼으로 새로운 지위를 쟁취한다. 임신, 출산, 양육을 거치며 새로운 명함을 부여받았다가 자녀가 성장하고 직장을 퇴직하고 부모가 사망하면서 명함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부모세대를 통해 예견할 수 있는 삶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는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100세 노년의 삶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쓸모없는 노년을 살게 될까 봐 막연히 두렵다. 좋은 선례는 발견하기 어렵고, 내가 좋은 선례가 될 자신은 없다 보니 중년 이후의 삶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꼭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일까? 쓸모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들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이야기 속 주인공이 화병일 때도 화분일 때도 결국 무언가를 담아내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살 든 내가 가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산다면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쓸모는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회가 물건이나 일에 기대하는 바인데, 이 기준을 사람에게 들이대는 오류를 흔히 범한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느라 하루가 부족한 오늘을 산다. 이것은 생존본능에 가깝다. 살아남기 위해서 피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사회의 요구는 파도처럼 변화무쌍하며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그러니 삶의 기준이 내 안의 본질에 있지 않다면 언제나 인정에 목마른 삶을 살수 밖에 없다. 손에 쥔 쓸모가 하나도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살의 벼랑 끝으로 자신을 밀어낸다. 생존욕구가 되려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부른다.
부모가 쓸모 있어서 소중한 게 아니다. 고양이가 쓸모 있어서 집사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다. BTS가 쓸모 있어서 덕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나를 온전히 즐거운 나로 살게 해주는 소중한 무엇일 뿐이다. '쓸모'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용해도 가치가 있다. 직장 상사는 퇴사하면 쓸모가 없어져 연락을 끊을 수 있지만 부모는 늙고 병들어도 여전히 소중하다.
산을 오르면 빨리 정상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어야 오늘의 쓸모가 인정되겠지만 빨리 오를수록 자잘하고 소중한 풍경은 놓칠 수밖에 없다. 잘 들여다보면 아무 소용없는 것들을 누릴 때 우리는 행복하고 너그럽다. 무용한 것들 덕분에 쓸모 있고 필요한 일들을 해 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여전히 사랑해 마지않는 내 사람들과, 내 쓸모없는 취미들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이다. 무용한 것에 넋 놓고 널브러진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대해줄 필요가 있다. 무용한 것들을 즐기는 내가 쌓이면 결국 내 삶이 점점 더 가치 있게 느껴질것이기 때문이다.
돈 벌고 밥 버는데 꼭 '필요한 사람'에서 존재함으로 '소중한 사람'으로 차근차근 어른의 발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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