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너머

by 느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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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작게 그려진 주인공의 뒷모습이 눈길을 끈다. 얼굴도 표정도 없이 흐린하늘 아래 서있는 주인공의 뒤통수,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어둑한 초록색으로 뒤덮인 배경과 아른하게 보일듯 말듯한 저 멀리에 울타리가 보인다. 울타리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울타리를 경계짓는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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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의 집은 크다. 잘 다듬어진 정원과 큰 길을 끼고있으며 제법 단단한 느낌이다. 울타리 안의 집이 주는 안정감이 있지만 어딘가 침울한 느낌이다. 뭐든지 다 아는 안다와 늘 묵묵히 듣기만 하고 시키는대로만 하는 소소는 한 집에 산다. 표지만큼이나 독특한 점은 등장인물의 표현이다. 사람처럼 걷는 '돼지'와 늘 함께 있는 어린아이는 '사람'이다. 안다와 소소의 관계를 집중해서 보게된다. 둘은 안다의 주도하에 뭐든 함께하지만 일방적이고 대화나 교감도 없으며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소소는 왜 안다와 사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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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산들이와 소소. 둘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한다. 산들이는 일방적인 안다와 달리 소소의 말에 귀기울이고 질문하며 존중에 기반한 대화를 한다. 산들이의 질문에 대답하며 소소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

숲을 달리지 않는 소소. 달릴때 불편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있는 소소. 금방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소소. 울타리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소소. 이것이 소소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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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외로 자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적도 없는 연예인들의 외모에는 열심히 점수 메기고, 남들이 평가하고 기대하는 '나'는 열심히 가꾸지만 정작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내 안의 진짜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산들이 같은 존재의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 관심사가 무엇인지, 지금 서 있는곳이 어디인지, 불편한점은 무엇이고, 좋은것은 무엇인지, 원하는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생각이 내 안을 향한다.

산들이를 만나고 온 뒤 소소의 세상은 더 없이 우중충해졌다. 소소의 관심은 이제 창 밖 울타리 너머 어딘가에 있다. 덫에 걸리면 몇날 며칠을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메일수도 있는 울타리 너머 그곳이 푸르름으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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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고 깔끔한 대 저택에서는 안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소소에게 이곳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소소는 광대같은 옷을 훌훌 벗고 산들이를 따라 울타리 너머로 달려나간다. 나가서 보니 울타리 안에 대궐같던 안다의 집과 고속도로 같은 집 앞 길이나 정원은 참 작다. 울타리 너머의 너른 세상이 울타리 속 점 같이 머물러 있을 안다를 말없이 바라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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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눈썹 휘날리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제의 안온함이 오늘도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어진 세상이다. 내 안의 울타리가 무엇인지 기민하게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울타리로 경계를 세우고 안전한 무엇을 누리다가도 언제든 툭툭 털고 울타리 너머로 도전할 수 있는 가변성. 이것은 어쩌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 모르겠다.

물론 아무것도 옳거나 그르다는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 작지만 안온한 세상, 넓고 많은 기회가 있지만 그만큼 위험한 세상. 어떤 선택도 옳다. 혹은 그때는 맞지만 지금을 그를 수도 있다. 중요한것은 지금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거울앞에서 보라색 숄을 두르며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있던 안다처럼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는 언제든 철지난 노래를 부르는 꼰대가 된다.

어쩌면 뭐든지 다 알고 시키며 일방적으로 떠드는 안다는 보호자이거나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내 안의 또다른 '나'일수도 있다. 안다의 큰 목소리 이면에서 정형화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면 중 내 안의 어떤 면들을 발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건강한 관계를 만들며 살 수 있텐데, 이게 참. 말만 쉽다. 그래도 꾸준히 읽고 대화하고 사유하며 그 끝을 부여잡아 본다. 내가 뭘 얼마나 모르는지, 가진것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발견할수록 넓어질 사고의 지평을 꿈꾸며.



책 속에서 길어올린 질문

소소에게 안다의 집과 정원은 어떤 의미일까?

왜 안다는 소소를 존중하지 않나?

안다의 일방적인 지시에 대해 소소가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소소는 왜 스스로를 집에 일찍 들어가야하고, 울타리 너머로 달릴 수 없는 존재라고 단정지었을까?

울타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산들이는 소소가 부럽지 않았을까?

산들이는 소소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산들이는 왜 소소를 거듭 찾아와 질문하고 대화하고 기다려 주었을까?

왜 안다만 사람으로 표현했나?

산들이를 따라나선 소소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남겨진 안다는 무슨 생각을 할까?

건강하고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책 속 키워드

#문명과자연 #권력과참된우정 #진정한자유 #주체성 #정체성 #관계 #존중 #표현하기 #신뢰 #공감 #질문 #변화 #유연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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