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두 마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 있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검은 펜화로 꾸며진 표지의 여백은 쨍한 두 가지 파란색의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해 준다. 흑백과 파랑으로 절제된 색 표현이 아름다운 표지는 이야기에 흥미를 끌어올린다.
질문1. 둘은 어떤 관계일까?
질문2.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을 모아 이 둘이 친한 친구사이일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고, 머리 위에 올라갈 정도로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 우리는 그런 존재를 친구라고 생각한다.
면지 가득 파랑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식물들이 풍성하게 채워져 있다. 같음과 다름의 어울림. 두 마리 새의 조화로운 노랫소리가 면지에 숨겨져 있는 듯 경쾌하다.
이어지는 내지 첫 장에서 주인공은 이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질문3. 어떤 경우에 다른 곳을 보게 되는 것일까?
질문4. 둘은 지금 어떤 사이인 것 같은가?
이 질문만으로도 상상의 나래를 한참 펼칠 수 있다.
두 마리의 새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갈등은 '딱'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말없이 사라지면서 발생한다. 하루종일, 매일매일 붙어 다니던 단짝이 갑자기 내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지면 나는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까?
불안 ㅡ 다시 못 만나면 어떡하지?
걱정 ㅡ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화 ㅡ 왜 말도 없이 사라진 거지?
오해 ㅡ 내가 뭘 잘못했나?
다양한 감정중에 긍정적인 것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친구를 찾아다니는 '똑'이. 그런데 겨우 찾아낸 '딱'이가 다른 친구들과 신명 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질문5. 과연 나라면 그 순간 어떻게 했을까?
'똑'이는 일단 잽싸게 몸을 숨긴다. 그리고 나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과연 '똑'이의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보통 5~7세 아동들의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다. 아니 솔직히 성인 중에서도 가깝고 소중한 관계에서 왕왕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전개 앞에서 선뜻 받아들이기보다는 대부분 시기, 질투, 원망, 정치, 분노, 서운함 등의 감정을 먼저 선택한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상황 속에 과감히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긍정 ㅡ 어? 여기 새로운 친구가 많네?
수용 ㅡ 저 친구들과 놀면 더 재미있겠다!
이해 ㅡ 내 친구는 저런 것도 좋아하는구나~
관심 ㅡ 너의 새로운 경험을 들려줘~
공감 ㅡ 즐거웠겠구나!
나는 소심함이 앞서서 이렇게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못하는 것을 해내는 '똑'이와 '딱'이.
1, 2학년 15개 반의 아이들에게 모두 이 책을 읽어주었지만 긍정의 선택을 답하는 아이는 한 반에 한두 명이었다. 대부분 시기와 배신을 근거로 한 극단적인 감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딱'이는 새로운 친구와 새로운 취향의 발견으로 관심이 확장되어 가는데, '똑'이가 '딱'이만 따라다니며 변화를 부정하고 속박한다면 둘은 자유롭지 못하고 불행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통해 좀 더 유연하고 확장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단짝이라고 24시간을 붙어 다니려는 시도는 부자연스럽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다른 부분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똑'이와 '딱'이 처럼 거리를 두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또 기꺼이 공유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변화와 발전을 응원해 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
친구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로 넓혀서 생각해 봐도 다르지 않다. 연인, 부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등. cctv를 보듯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함께하려 든다면 누군가는 숨이 막힐 것이고 누군가의 에너지는 고갈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많은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