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누구일까?

| '나'로 살기

by 느닷

행복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 인생이 풍성해 질까? 생의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다. 출근만으로도 너무 벅찬걸? 먹고살기도 바쁜데 뭘 더... 가끔은 몸이 여러 개면 좋겠다는 상상으로 귀찮은 고민을 대신하기도 한다.





누가 진짜 나일까? / 다비스 칼리 /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7년 출판


앞표지와 뒷 표지의 얼굴 그림이 같은 듯 다르게 묘한 느낌을 주는 다비드칼리의 그림책이다. 스위스 출신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살며 다양한 그림 작가와 협업하는 특별한 글작가이다.


이야기는 점점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하는 사장님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가 결국 복제인간과 삶을 공유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설정이다. 무한 반복 노동을 하는 직원들의 썩은 만두 같은 표정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이 생각나게 한다. 빈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많은 시간 일하고 있있지만 정작 자기 일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다.


나도 때로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일에 미쳐서 온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붙다가 기어들어가듯 집에 가서 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자는 경험을 하던때가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들어간 집에 물고기가 죽어있었다’는 장면에서 격한 공감이 일어났다. 죽어있는 것은 사실 물고기가 아닌 화분이나, 가족이나 , 나 스스로 일 수도, 우리가 놓친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상을 희생하는 것일까?



휴식이 필요한 주인공에게 사장은 복제인간을 통한 쉼을 제공한다. 그런데 복제인간이 나 대신 집에서 물고기를 관리하고 대신 연애를 한다. 나는 사장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상황. 뭔가 이상하다 싶을 때쯤 혼란이 생겨난다. 혹시 내가 복제인간이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 집에서 쉬고 있는 저 인간이 본래의 집주인인 것은 아닐까?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이쯤에서 뒤통수에 소름이 끼치며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진다! 좋든 싫든 삶의 모든 시간 중 내가 선택하고 겪어낸 순간만이 내 것인 셈이다. 누군가의 모습으로 복제된 삶은 내것일 수 없다.



어쩌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글과 그림이 오묘하게 시선을 잡아끌며 독자를 설득하고 날카롭게 질문한다.

당신의 일상을 복제인간에게 맡기겠습니까?
지금 당신의 삶은 당신의 선택입니까?
혹시 누군가의 복제품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요?
당신의 노동은 합당한가요?

작가는 결국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성찰 앞에 독자를 세워놓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중고등 학생들과 자본주의의 문제점이나, 복제인간에 대해 토론해 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친구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