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패러글라이딩의 비교 불가한 쾌감
한때 등산을 참 좋아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가끔 패러글라이더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정상을 향하는 나를 비웃듯 머리 위를 휘익 날아가곤 했었다. 언젠가는 꼭 저것을 타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내가 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까지 7, 8년은 더 걸렸다. 검색해 보니 뭔가 특별한 시간을 들여서 배운 다음에 타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누구든 예약을 하고 요금을 내면 베테랑 파일럿이 나를 싣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 검색만 한 번 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오랜 시간 부러워만 했던 나를 탓하며 2022년 버킷리스트에 적었었다. 꼭 한번 타 보리라!
지난 주말. 때늦은 버킷리스트 해결을 위해 남해에 위치한 ‘블랙이글패러글라이딩’ 체험장을 찾아갔다. 고대했던 만큼 설렘가득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추울까 봐 장갑, 핫팩등을 챙겨 왔는데 정작 떨린다고 설레발치다가 승용차에 놔두고 출발해버렸다. 이런 실수는 너무 익숙해서 한 번 더 속상했다. 하여간 오늘의 참가자들을 태운 4륜구동 트럭은 가파르고 거친 망운산을 빠른 속도록 신나게 달렸다. 10분 정도? 장비와 참가자를 배송하기 위한 용도의 트럭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고속도로인듯 빠른 속도로 산을 올랐다.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은 산길운전도 잘하는 법이라며 운전부심을 숨기지 않던 강사님이 듬직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덜컹거림에 두들겨 맞은 엉덩이가 얼얼할 때쯤 트럭은 망운산 활공장에 멈췄다.
망운산 활공장에서 길고 많은 줄로 연결된 장치들과 헬멧을 착용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다행히 장갑도 함께 제공되었다. 막상 활공장 절벽 앞에 서자 이제 와서 겁이 덜컥 났다. 여기서 뛰어내리는 거라고? 에라 모르겠다... 후회하기에는 한참 늦었는지라 순순히 강사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달리세욧!'강사의 말에 서너 발자국 달린다고 생각하는 잠깐의 순간 내 발은 어느새 허공에 버둥거리며 떠올랐다. 6kg 남짓한 장비가 안락의자 마냥 엉덩이를 받치고 나를 창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짜릿함이 온몸을 타고 발끝을 지나간다. 바람을 가르는 8m 패러글라이딩 날개의 위용에 돌고래를 뛰어넘는 샤우팅이 절로 터져 나왔다.
눈앞에 펼쳐지는 망운산의 광활한 초록색 나무융단 앞에 잠시 두려웠던 마음은 간데없이 사라졌다. 발아래로 산능선이를 지나칠 때마다 시야가 울렁거리며 나무 끝에 발이 닫을 것만 같은 착시가 일어났다. 감탄의 비명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쏟아졌다. 엄청난 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렸지만 땅아래에서 상상했던 칼바람이 아니었다. 핫팩 따위는 애당초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놀랍게도 '솔'톤으로 휘몰아대는 바람의 노래가 의외로 나긋나긋하다. 마침 오늘의 바람이 너무 세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바람과 날씨라는 파일럿님의 말에 눈앞의 풍경이 괜히 더 소중하고 감사해졌다.
어디서 자꾸 용기가 솟아오르는지, 800m 아래의 망운산 소나무들이 두 발로 쓱 훑을 수 있을 것 같이 만만해 보였다. 철쭉 군락지가 '봄에 다시 오면 또 다르게 좋을 거야~'라며 겨울의 나를 유혹한다. 광양과 여수, 하동을 한꺼번에 품은 남해 바다가 한 폭의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흥분에 겨운 외침이 가슴을 뚫고 터져 나왔다. 온몸을 씻어내는 듯한 시원함에 오감을 내맡겨본다. 내 안의 세포가 구슬처럼 알알이 햇살과 함께 쪼개져 드넓은 창공에 흩뿌려지는 듯한 해방감에 머리가 아찔하다.
발아래 펼쳐지는 다랭이논과 저수지, 장난감 같은 남상마을의 집들이 나와 함께 껄껄껄 웃어준다. 엄청난 바람 마사지에 주름이 다 펴졌을 것만 같은 뇌에는 모든 시름이 하찮아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시원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청량감이 온몸을 씻어낸다. 허공에 나를 흩뿌리며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 떠 있는 듯 몽롱하다.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은 해방감을 선물해 준다. 발 아래 남해 바다로 곧장 뛰어내리면 푸른 바다에 포옥 안길것 같은 몽상에 흠뻑 취해본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경험해 본 비행기, 번지점프, 플라잉보트, 열기구, 다이빙... 이 방법들 중 단연 으뜸은 패러글라이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깊은 바닷속에서 잠수할 때 부력이 몸을 감아올리는 가벼움과 같은 느낌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경험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아니 그냥 다음 봄에 철쭉 피면 얼른 다시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