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요리 예찬론
도통 식도락에는 취향이란 것이 없는 나를 한 번씩 유명 맛집에 데려가는 선생님이 있다. 오늘은 돼지고기주물럭 전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동네 숨은 맛집이라고 한다. 허름한 상가의 반지하에 위치한 작은 식당은 정말 숨겨놓은 듯한 곳에 출입구가 있었다! 아는 사람만 올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출입구.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손님이 제법 많았다. 손질하다 만 거대한 양파자루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상추더미는 드나드는 손님의 규모를 가늠하게 해 주었다. 구부 정한 등에 주름 가득 거친 손을 가진 여사장님과의 대화를 곁눈질해 보니 대부분 단골손님인 듯했다. 아직 밥상을 받기도 전에 숨은 맛집의 위용이 느껴졌다.
돼지고기주물럭이 담긴 주물냄비를 둘러싸고 뜨끈한 꽃게 된장국과 반찬들이 정갈히 차려졌다. 큼직한 두부가 깊은 맛을 보태는 된장국을 한술 떠먹자 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추전은 바삭하면서도 쫀득했다. 아~ 그래 이맛이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주물냄비에서 지글지글 음향효과를 뿜어내고 있는 돼지고기주물럭을 한 젓가락 먹었다. 음~~ 잡내 없이 매콤, 달콤한 양념이 일품이다. 싱싱한 상추에 맛깔스러운 쌈장과 고기를 얹어 싸 먹었다. 아삭한 식감과 연한 고기맛의 조합에 음~ 침샘이 터진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뜨끈한 쌀밥은 이 모든 요리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일등공신이다. 오~ 고개를 주억거리며 맛의 향연을 음미했다. 마주 않은 선생님이 피식 웃는다. 어느 식당에 가도 매번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니 이제 내 감탄사에 속지 않겠다고 하신다.
쌤은 밥 먹을 때 5번 감탄사가 최소값이구만요~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모든 음식을 소중하게 먹는다.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요리라는 것은 재료를 사다가 장만하고 조리 하는 모든 과정에 시간과 정성 가득한 에너지가 들어가야만 맛이라는 것이 탄생되는 살아있는 노동이다. 한때 애들 아빠와 일식당을 운영하며 초밥을 만들어 팔았다. 12조각의 초밥 한 접시를 만들기 위해 전날부터 생선을 손질해서 숙성시키고, 새벽부터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시간을 재고, 상을 차리고, 초밥을 치는데 온종일의 시간을 다 쏟았다.
온몸에 비린내를 뒤집어쓰며 초밥을 친 수고로움의 크기는 1인분 음식값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요리라는 것은 정직할수록 그렇게 간단히 계산될 수 있는 정성이 아니다. 채소며 과일이며 찬물에 제대로 씻어 헹구다 보면 어느새 두 손은 트고 터지기 일쑤다. 끝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위해 재바르게 손을 놀리다 보면 번뜩이는 칼날에 손가락을 베는 일이 흔했다. 두 손가락을 탁탁 치며 초밥을 칠 때마다 시큼한 촛물이 미세하게 사방으로 튄다. 연어, 광어의 비린내와 함께 온몸에 베인 특유의 초밥냄새는 샤워 따위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 업을 하는 요리사에게 훈장같이 따라다니는 향수인 셈이다.
거울 한번 들여다볼 새 없이 산발이 된 머리와 바스러질 것 같은 허리의 통증을 무시한 채 움켜쥐는 금고 속 하루 벌이는 오늘 판매한 초밥값이다. 그것은 시장논리에 따라 적정선으로 책정된 초밥의 값이지 요리에 쏟은 내 정성의 적정 값일 수는 없었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요리의 고단 함이다. 그러므로 모든 음식은 우선 맛보다 정성을 먼저 먹어야 한다. 나는 정성 없이 완성되는 요리를 거의 보지 못했다.
학교 근무의 제일 큰 장점을 꼽으라면 나는 당당히 급식이라 말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식재료로 5대영양소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맛있는 점심밥. 심지어 밥값도 저렴하다!
나는 항상 식판 가득 점심을 받아와 꼼꼼히 감상하며 점심을 먹는다. 다양한 잡곡밥은 종류도 매일 바뀐다. 밥뿐이겠는가? 반찬도 국도 바뀌고, 양식, 일식, 중식 등 장르도 넘나 든다. 그 화려한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미리 주문하고, 새벽같이 출근해서 손질하고, 시간 안에 970인분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동동거렸을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님들의 노동을 생각하면 식판에 담긴 쌀 한 톨도 남길 수가 없다. 감히 맛이 있니 없니 평하는 것은 월권이다.
음식이 수북한 식판 앞에서 엄지를 치켜들며 맛깔나게 먹는 나를 볼 때마다 동료 선생님들이 사서샘은 밥값을 두배로 내야 한다며 놀리곤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편히 앉아 풍성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쁜것을! 이 음식에 들어간 정성과 노동에 대해 내가 차릴 수 있는 예의는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