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전공한 분인가 싶었다.
그분은 여느 할머님들처럼 작정하고 화려한 옷을 입지 않는다. 늘 요란하지 않은 상의에 흰 바지를 입고 다닌다. 오늘은 모자에 힘을 주었다. 말이며 행동은 늘 여성스러움을 뿜어낸다.
나이 들어도 어떻게 하면 저리 곱고 정갈할 수 있을까 싶어 볼 때마다 감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
"어디 가세요?"
"네, 이 나이에 가는 곳은 뻔하죠 뭐. 백화점에서 양산을 만원에 판다고 하니 한번 가보려고요.
아직 있으면 좋고 없어도 간 김에 다른 거 사서 오면 되니까. 괜찮아요." 하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 오실 때도 버스 타고 오신 거세요?"
"아니 남편이 데려다줘서.. 끝날 때도 데리러 와요."
"어머나 몇십 년 사셨을 텐데 너무 스윗하신 거 아니세요?"
"이제 와서 뭘. 지금은 혼자 다 할 수 있는데. 필요 없는데 굳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귀찮아. 그래도 어떻게 맞춰줘야지." 젊은날 필요할때 함께 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성토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사람은 누구에게나 때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힘들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는 것, 목마를 때 물 한잔 건네주는 것, 슬플 때 한 끼 식사를 챙겨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삶은 그때라는 것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
설사 그 관계가 가족이라도 말이다. 때로는 물을 건네주지만 상대는 한 끼 식사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때가 어긋나면 오해가 생겨 화가 나거나 서운하다. 또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인연이 끊어지기도 한다.
살면서 소중한 누군가에 때를 놓치지 않고 손을 건네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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