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Jun 27. 2024

화가 난 수영강사

수영 배운 지 이제 딱 1년이다. 기초반일 때는 물도 무섭고 폐활량 딸리고 훨씬 더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잘만 돌고 도는 구만 나라는 사람은 한 바퀴 돌면 숨이 헐떡거려 한참을 쉬었다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연수반에 입성했다. 다니고 있는 센터의 최종반은 연수반이다. 물론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니 우야무야 여기까지 왔다.


처음 연수반 수업을 갔을 때 무표정에 까만 체육복을 입고 있는 젊은 강사님의 첫인사말은 "돌고 오세요"였다. 몸풀기로 자유형 몇 바퀴하고 오라는 말이다.


아니 처음 봤는데 인사도 없이 증멜 기분이 별로였다.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물에는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중급반일 때는 강사님이 들어오셨는데 이상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물밖에서도 발이 다리가 팔과 손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귀신같이 짚어내고 교정할 부분을 각자에 맞게 말해주었다. 물밖에 있으면  자세가 더 잘 보인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높은 곳에서 물속을 꿰뚫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뭘 모를 때는 이제 겨우 연수반 올라왔는데 왜 말로만 하고 직접 교정해주지 않는 거야.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연수반 사람들은 그 정도 실력이 돼서 그렇다고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 순간 뿌듯함이 스쳐 지나갔다.





한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다.  숨이 차 잠깐 멈춰있으면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미간을 좁히며 목청을 높인다. 아니 내가 선수한다고는 안 했잖아. 해병대 입대한 듯 빡빡한 스타일에 기분 상한 몇몇은 다시 아래반으로 옮겨갔다.


항상 군기 바짝 든 말투라 때때로 기분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영을 잘 시켜야 한다는 본질에 충실한 마음이 보였다. 그것을 믿고 숨이 차올라 쌍욕이 나올지라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몇 달이 지난 힘들어 버벅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런대로 따라가고 있는 나를 보니 신기했다.


그리고 또다시 몇 달이 지나고 이번달이 마지막이라며 미리 인사를 한다.  

" 왜요 어디 가세요?"

"꿈을 찾아 떠나요." 여전히 뻣뻣한 목소리다.

 저분 꿈은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마지막 수업하는 날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무엇가를 찾아 떠나는 그 길이 설레었나 보다.

무뚝뚝한 강사님의 한환 미소를 보며 사람은 분명 내가 시키는 일을 찾아가야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모두의 꿈의 시간에 응원을 보낸다.




사진출처: Pinterest

매거진의 이전글 용감한 사장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