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오가는 길목 '도대체 저 집은 뭘 판다는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애매한 외관을 갖고 있는 가게가 있다. 사방에 커피라고 대문짝만 하게 찍혀있는데 그 아래 도시락 주문접수받는다고 되어있다.
투명한 유리문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런데 앉아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김밥이나 샐러드 또는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아니 저럴 거면 커피판다고 왜 저렇게 사방 도배를 해놓았을까. 받아들이기 힘든 정체성이다. 주메뉴가 명확하지 않은 곳은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엄마 그 집 잘해요. 샌드위치도 김밥도 맛있어요. 저 거기 좋아해요." 전혀 예상밖의 말을 들은 뒤로 호기심이 발동했다. 매장에 들어가니 키오스크가 반겼다. 샌드위치와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메뉴 나오는데 한오백년이다.
이쯤 되면 나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문할 때 스치듯 본 문구가 생각나 언제 나오는지 묻고 싶은걸 참고 또 참았다. 분명 키오스크에는 [엄선된 재료로 주문즉시 만들기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니 양해 바랍니다.]고 되어 있었단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별 기대 없이 포장한 음식을 가져와 한입 맛본 순간 알 수 있었다.정말 좋은 재료를 썼구나. 맛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더 비싸게 받아도 되는 거 아닌가. 가격도 착한데 질도 좋아 그 뒤로는 단골집이 되었다.
이제 좀 다니기 시작했는데. 불과 몇 달 후 다음 달부터 국수집으로 변경된다는 문구가 붙었다. 애용하던 가게가 업종 변경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수집. 메뉴전환도 생뚱맞다. 물어보니 사장님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파일럿 기간으로 운영하고 이후 정식오픈을 한다고 했다.신기했던 건 그 파일럿기간 동안 음식을 맛본 모든 고객들의 의견을 과감 없이 반영해 더 좋은 맛의 국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돈을 받고 무엇가를 판다는 것은 프로다.
그것이 물건이든 음식이든 감성이든 효율이든 뭐든 말이다.
분명 이 집은 커피는 모르겠지만 샐러드. 샌드위치. 김밥은 프로였다.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메뉴로 고객의견을 과감히 받아들이겠다는 사장님이용감해 보였다.
사람들 입맛은 다양해서 덕분에 의견도 제각각이라 한다.
1. 예전메뉴로 돌아가라.
2. 비빔국수가 좀 더 새콤했으면 좋겠다.
3. 콩국수는 얼음을 더 많이 넣어줘야 된다. 등등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했는데 맛이 좀 떨어진 국수를 제값 주고 사 먹으며 과감히 의견을 주는 손님들이 신기했다. 지나온 길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도와달라 목청껏 외친다면 어디서든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분명 도와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용기를 내는 건 말만큼 쉽지만은 않다. 분명한 건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많은 도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