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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Jun 13. 2024

눈알 부라리는 사춘기였다.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세요.

사춘기. 레이저광선 장착하고 쏘아보거나 방문을 거침없이 하이킥 하는 정도의 귀여운 사춘기가 오길 바랐다. 하지만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사는 거라  했던가. 뻔한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고 쓰나미급 울트라캡숑 사춘기가 찾아왔다.


그때 온몸으로 부딪히는 부모는 정말 딱 미치고 팔짝 뛴다.  해도 해결이라는 걸  없기 때문에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그 모든 미친 생각과 행동들은 호르몬과 시간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흘러야 그나마 어른들이 소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범주에 들어온다. (어떤 것이 정상인지 정답은 없지만요.)  

대신 사춘기할아버지가 와도 절대 봐줄 수 없는 나름의 선은 부모가 분명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한 시간을 거치고 지금은 나름대로 평온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는 사랑이는 오늘도 저녁 먹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엄마는 기꺼이 그 길을 함께 한다.


젠가부터 같이 다닐 때면 사랑이가 먼저 손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 살고 싶은 삶을 말로 꺼내고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나눠본다. 옷깃만 스쳐도 원수가 됐던 지난 시간들이 우스워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돌아서는 순간 사랑이가 부른다

"엄마~"

"왜?"

"저쪽 길은 차가 쌩쌩 달려요. 차 안 다니는 이 쪽 길로 가세요."   더 빠른 저쪽 길로 가려다 굳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맘을 돌려 이 쪽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눈물이 망울망울 차오른다.


그렇게 미친 망아지 같던 지독한 사춘기를 지낸  아이가 어느새  한 뼘 자라 저런 말도 하는구나. 마냥 정신없이 살 것 같은 시간들이 끝나가고 이만큼 큰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동시에 조만간 내 곁을 떠나겠구나 싶어 마음 한켠이 슬퍼진 것 같았다. 이 감정이 뭔지 바로 알아채기 힘들어 당황했다. 조금 기다려 맑게 떠오른 마음을 살펴보니 이건 서러운 것도, 서글픈 것도 아니라 바로 앞으로 있을 '그리움'이었다.


이제 곧 품에서 떠나갈 너를 준비해야겠구나.

너라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넌 모르겠지.

세상에 처음으로 엄마라는 사람이 되게 해준 너를. 나는. 어떻게 잘 날아 보낼 수 있을까.





사진출처:  AI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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