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리가 뻐근하고 싸한 느낌이다. 좀 있으니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다. 앉을 수도 일어날 수도 없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남편 팔에 매달려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도착한 병원. 검사대위로 올라가야 되는데 도저히 올라갈 수도 또다시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마치고 들은 결과는 디스크 파열이었다. 이게 이렇게 갑자기 터진다고. 황당했다.
타고나게 체력이 좋은 건 아니지만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웬만한 피로쯤은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졌었다. 조금 무리해도, 조금 참아도, 결국은 회복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거의 한 달을 누워 지냈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고, 양말을 신는 일조차 버거웠다. 허리를 조금이라도 움직일까 조심하며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몸이 아픈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일이었다. 통증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낯설었던 건 내 몸에 대한 믿음이 자신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상하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꾸 부모님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실까,
왜 같은 이야기를 또 하실까,
왜 중간중간 잠을 저리 주무실까.
그 질문들은 이해하려는 마음이라기보다 앞서가고 싶은 사람의 조급함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 조금은 알게 되었다. 사람의 속도는 의지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몸이 허락하는 만큼이라는 것을.
허리가 아픈 이후 신발을 신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 순간, 부모님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굼뜬 것이 아니라 조심스러웠던 것이고,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래 버텨온 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몸은 함부로 써도 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짐했다. 두려움 속에 살지는 않되, 과신하지도 않겠다고.
걷는 속도를 조금 줄였다. 무거운 짐을 혼자 들지 않기로 했다. 아프면 참지 않고 쉬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시간에 효율을 따지며 어리석게도 빠름이 미학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오래가는 법을 배우려 한다.
누워보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리고 세월이 몸에 남긴 조용한 흔적들.
나이 들어간다는 건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조정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한 달은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삶의 속도를 다시 맞추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단단하게 앞으로를 살아가려 한다.
사진출처: AI생성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