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본 것들이 가르쳐준 것들

by 도도

내 생일은 설날과 근접하게 겹쳐있다. 명절 겸 생일 겸 한 친구가 과일 선물을 보내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색색이 이쁜 과일들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중에 자몽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가면 종종 자몽차를 마셨지만,

막상 집에서는 자몽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잘 몰랐다.


휴대폰을 꺼내 자몽 먹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생으로 즙을 내 따뜻한 차로 마시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이틀이나 제대로 먹지 못했던 터라 기운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날, 문득 자몽차가 떠올랐다. 조심스럽게 자몽을 자르고 꾹꾹 눌러 즙을 낸 뒤 따뜻한 물을 붓고 달콤한 꿀 두 스푼을 가득 넣어 한 잔을 만들었다.


한 모금을 마셨을 때,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단순히 온도가 아니라 몸 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조금씩 속이 풀리는 것 같았고, 마음도 함께 느슨해졌다.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생자몽으로 직접 자몽티를 만들어 먹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진하고 아주 많이 따뜻했다.






같은 상자 안에 있던 또 다른 과일, 용과도 있었다. 사실 나는 그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히 달지도 않고, 어딘가 밍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보더니 맛있겠다며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뷔페를 가도 접시에 전혀 올리지 않았던 과일이었는데 의아했다.


“이거, 네가 생각하는 맛이 아닐 수도 있어. 달콤한 과일은 아니야.”

"그래? 맛있을 것 같은데."

"그래, 한번 먹어봐."라고 말한 뒤 잘라서 건네주었고,

잠시 후 아들은 말했다. “맛있는데?”


그리고는 하나를 순식간에 다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훅 들어왔다. 누가 대신 설명해 줘도, 내가 먼저 판단해도, 결국 스스로 느껴보지 않으면

좋고 싫음을 알 수 없다. 어쩌면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보기도 전에 지나쳐왔을까. “나랑은 안 맞을 거야.” 그렇게 단정 지어버린 순간들. 자몽도, 용과도, 그리고 어떤 선택들도.


이번 생일에 받은 과일 상자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나에게 작은 질문과 큰 깨달음을 건네준 것 같다.






이미지: AI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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