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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pr 17. 2024

내일 시간 돼요?

가족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 시간이 되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대환영 몸짓과 돌고래 소리로 축포를 터트려 주고자 노력한다.


부득이하고 있는 일을 멈추기 힘들어 들어오는 이의 얼굴 마중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대왕 돌고래 소리로 인사라도 먼저 건네고 본다.


또한 삼시세끼 따뜻한 식사를 챙기고자 나름 많은 노력을 한다. 손이 빨라 뭘 해도 뚝딱인 사람에게는 조금은 더 수월할 수 도 있겠지만 숙련도가 딸려 손 느린 엄마는 주방에서 꾀나 고군분투해야 식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음식이  출구를 찾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매 순간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를 인사로 건네주는 바람에  밥이라는 매개체가 전달해 주는 이상한 매력에 빠지고 보람 또한 느껴본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무한정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나의 이것에 경계 없이 행동할 때가 많아 화를 돋운다. 것은 바로 시간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쑥불쑥 내 시간을 상의 없이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나른한 몸을 폭신한 소파에 자연스럽게 눕히듯 말이다.


"엄마, 오늘 데리러 와주세요"

"엄마, 내일 00을 가야 될 것 같아요"

"여보, 이번 주는 자동차 점검받아야 해 예약해 놨어.  다녀와줘"

"여보, 마트 가자"

.

.

보내고 싶은 하루가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일과에 끼어드는 가족들이 달갑지 못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불쑥불쑥 끼어드는 차주들에게 날리는 쌍욕을 해주고 싶을 만큼 짜증이 쌓이다 화로 변하기 일보 직전 가족들에게 말했다.


"내 시간을 함부로 끌어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렇게 돌아가며 불쑥불쑥 끼어들면 짜증이나.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미리 상의해 줘. 그래야 시간 조율을 하고 계획을 세우지. 내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으면 해"


이런 일로 무슨 인생까지 논하나 싶은지 그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각자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풀어낼 때마다 이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분명  삶의 질이 달린 중요한 문제였다.


이후 남편에게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은

"내일 시간 있을까?" "오늘은 몇 시쯤이 괜찮아?"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 00같이 보고 싶은데 언제가 괜찮아요?"

"00은 내일 몇 시쯤 같이 갈 수 있을까요?"이다.


그리고 어제 둘째에게 사심 가득한 데이트신청을 받았다. "엄마, 내일 시간 돼요? 그때 갔던 고깃집 같이 가고 싶어요" 이렇게 물어봐주면 없는 시간도 창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진출처: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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