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봉봉 Nov 12. 2017

@서점 인테리어-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서 안 끝난다

서점 인테리어에 착수하자 도도와 봉봉의 역할이 빠르게 나뉘었다.

앞서 작업실 인테리어를 해본 적이 있는 도도가 가구 구입 등 전체적인 인테리어 기획을 맡았다.

나는 '으이고, 저 쓸모없는 놈'의 역할을 맡았다. 디자인 감각도 떨어지고 못 하나도 박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도 : "군대 다녀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봉봉 : "공군사관학교에서 헌병이었는데, 그냥 우두커니 정문만 지키고 있음 됐어요. 아무 능력도 개발하지 않았죠."



  그렇다고 나 역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건축과나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서점에 들른 친구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손 군이었다. 그는 실내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도 했다. 그와 함께 총 셋이서 우리는 인테리어 구상 회의를 수차례 가졌다.


  손 군은 건물 1층에 타이어가게가 입주해 있으니 인테리어도 거칠고 날 것인 공장이나 부두 이미지를 줘야 일치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어를 층층이 쌓은 뒤 여기에 나무 팔레트(콘테이너 등에 물건을 적재할 때 쓰는 받침대)를 올려 매대를 만들고, 나무 팔레트를 세워 벽을 둘러치자고 했다. 보통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은 독립서점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비린내 나고 어두운 창고로 독립서점을 해석했다.

 

  그는 직접 나무팔렛트 매대와 벽 장식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나무팔레트로 벽 장식을 꾸미고, 탁자 위에도 매대 형태로 얹었다. 나무팔레트 만세다.


  고무 타이어 냄새가 많이 나진 않을까, 손님이 나무 가시에 손이 다치진 않을까, 이런 의문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일단 한 번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부두창고 이미지를 한 독립서점 인테리어를 강하게 주장했다. 우린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전권을 맡겼다. 아무래도 배운 사람이 낫지 않을까, 그런 심정이었다.


  그 계획은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앞서 손 군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스페인에서 벽돌을 대량 주문했다며, 자연스레 나무 팔레트가 딸려 올 테니 이를 인테리어 용품으로 활용하자고 했다. 그러나 막상 스페인에서 싣고온 물건을 인천에 하역했더니 하루종일 비바람이 들이닥쳤다고. 벽돌이야 말려서 쓰면 그만이지만 벽돌 이물질과 비바람이 몰고 온 흙먼지를 뒤집어 쓴 팔레트는 쓸 수 없는 물건이 됐다.

 

  갑작스레 아이디어가 바뀌었다. 그러나 나무를 활용해 통일감을 준다는 구상은 그대로 가져 가기로 했다. 기존에 있는 가구들이 주로 나무를 활용한 제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케아에선 나무 선반을 더 구입했고, 기존의 핑크색 철제 수납장은 색이 너무 튄다는 이유로 공간에서 치웠다.

  

  도도가 쓰던 책상이 두 개 있었는데 여기 위엔 나무 합판을 얹어 통일감을 줬다. 뭐 하나 하나 착착 들어맞는 것처럼 써놨지만, 실제로는 전기드릴로 선반을 박는 것 하나하나가 고역이었다. 소리도 컸던 만큼, 옆 사무실 퇴근 시간~지역주민 취침시간에 맞춰 조금씩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가구배치도 수차례 다시 한 끝에 제법 구색이 갖춰졌다.    



아래와 같던 작업실이 판매용 책 진열장과 서가를 갖춘 서점의 외양으로 점차 바뀌었다.

초창기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




서점으로 개조를 거쳤다.





서점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책 입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이 늘어나면서 서가를 더 늘려야 헀고, 에코백 등 소품을 팔기로 하면서 진열장을 추가로 구입해야 했다. 흰벽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도도는 천장에 모빌을 달거나, 건물 벽에 그림을 붙이는 등 쉼없이 인테리어를 했다. 서가에 조명을 달면서 따뜻한 느낌을 더하기도 했다.


  도도 : 인테리어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요.

  봉봉 : 그거 야구 격언인데, 참 절묘하게 서점에도 어울리는 말이네요.

  도도 : 잔말 말고, 거기 연장 좀 줘요.


도도를 볼 때면 그녀의 글쓰기 작업실을 뺏은 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는 반면, 오히려 저게 저 양반 적성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도 서점에서 손볼 구석만 찾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테리어-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