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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봉봉 Nov 12. 2017

@책 입고-우리는 서점인데, 책은 어디서 사나요?

우리는 책 살 돈을 마련해놓았고, 서가를 갖춰 책을 입고할 준비를 모두 마무리했다. 자 이제 의외로 까다로운 질문을 마주할 차례였다.


그래서 책은 어디서 사는가?






  그동안 책이라면 서점에서 샀다. 서점이 서점에서 책을 사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 어디에서 책을 받아와야 한단 말인가. 상식선에서, 당연히 도매상에서 떼 올 것 아닌가 싶지만, 그 도매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단서는 있었다. 최근 신문에서 국내 2위 서적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라는 곳이 부도가 났고, 이로 인해 출판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로 잘 알려진 인터파크(실제로는 티켓 예매 시장 1위 업체)가 이 업체를 인수했다는 내용도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송인서적 부도위기 사태와 관련한 기사를 읽으면서, 단행본 출판 도매시장은 업계 1위 북센과 이곳이 양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곳이라니 딱한 마음이 들어서라도 송인서적과 거래를 터야 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동네 서점과 연계한 오프라인 마케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게 독립서점의 취지를 이해하고, 어려운 처지끼리 함께 보듬자는 뜻 같아서 더 좋았다.

   인터넷으로 송인서적을 검색해 대표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는 "이제 갓 차린 서점이고, 아무것도 몰라서 전화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 직원은 각 지역별로 영업직원이 다르다며, 그와 연결해 주문을 넣어야 한다며 도봉구 담당 영업직원을 알려줬다. 여기까지 진행하고 보니, 의외로 쉽게 풀리는 일이구나, 어려울 게 뭐 있겠어, 싶었는데 난관에 부딪혔다.

서점 인테리어 초창기에 텅 빈 선반.


해당 영업직원은 주문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고, 초기엔 300~400권 수준에서 주문하겠다고 대답했다.  당장 들여올 책으로 몇몇 문학 서적과 출판사를 언급했다. 이중에는 당연히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 책도 껴 있었다. 그 사원은 현재(올해 9월 기준) 송인서적이 민음사 책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우리 입장에선 굉장히 곤란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업체가 어수선하기 때문일까.


 그 영업사원은 중고교 참고서를 들여놓을 것을 제안했는데, 그건 계획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책 주문은 팩스나 문자, 이메일 등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300~400권에 달하는 책 제목을, 예를 들어 문자로, 일일이 기재하기는 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나는 송인서적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통해 온라인 주문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왜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 부도위기에서 벗어난 뒤 재정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지금쯤이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을 법한데, 그렇다면 거래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당시 우리 서점도 책을 당장 채워넣어야 할 판이었다. 결국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북센에 연락했다. 도봉구를 담당하는 북센 영업직원은 서점을 직접 방문해 주문방법 등을 일러줬다. 지역 담당 직원이 우리 서점을 거래대상으로 인가하는 과정을 거친 뒤, 북센 홈페이지의 도서 주문 시스템에 가입할 수 있었다. 북센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그에 맞춰 책을 구매하는 시스템이었다. 책은 거래내역서와 함께 하루만에 도착했다.  


서가에 책을 조금씩 채워넣고 있다.


아무래도 책을 받아놓으니, 이제 제대로 서점이 된 것 같다는 실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개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9월 말, 추석연휴가 시작하기 전이었다. 우린 연휴를 넘기고 서점을 개업하기로 했다. 개업일은 10월 20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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