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봉봉 Oct 03. 2019

독립출판 축제 참석한 독립서점...실패는 왜 즐거운가

'싸이월드 감성' 만들고 독립출판 축제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참여하다


독립서점에서 시작한 독립출판

 

서점 도도봉봉은 올해로 2년째를 맞이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즐거운 항해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커뮤니티는 점차 확장돼 갔다. 시작은 단순히 단골과의 모임 수준이었지만, 더 나아가 특정한 주제를 두고 즐겁게 논의하는 모임도 시도해보곤 했다. 예컨대 BL이라든지 SF라든지 다양한 키워드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서브컬쳐 비평가인 손지상 작가를 초청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이 읽기', '공각기동대 같이 보기' 같은 행사를 진행했다. 

특정한 테마를 두고 만난 모임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싸이월드 감성'(도도봉봉, 2019)이다. 흔히 허세와 과잉 슬픔으로 일컬어지는 싸이월드 감성이 2000년 중반 반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월드 감성이 형성된 시대적인 배경과 분위기들을 함께 분석하는 책이다. 싸이월드 본사서도 우리 기획을 흥미롭게 보고 인터뷰와 이미지를 지원했다. 싸이월드 감성은 허세가 아니라 시대상이라는 게 우리의 해석이었다. 


책은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아 제작됐다. 이 책을 들고 처음 판매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바로 독립출판 축제인 퍼블리셔스테이블이었다. 퍼블리셔스테이블은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행사다. 연간 250여 개 독립출판 창작팀이 참석하는 대형행사다. 연간 참석인원이 2만 명에 달한다. 초창기 독립서점 중 한 곳인 스토리지북앤필름이 만든 행사다. 이런 큰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우리의 목표 중 하나였다. 올해 행사는 9월 28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독립출판축제 '퍼블리셔스테이블 ' 참석...어떻게 이뤄졌나


퍼블리셔스테이블은 독립출판 제작자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아 참가자를 선정한다. 우린 행사 4달 전 쯤 주최측에 연락을 취해서,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주로 독립출판 축제는 독립서점이 주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주요 독립출판물 제작자와 연락망이 갖춰져 있고 이들에게 먼저 연락이 간다. 그점에서 도도봉봉은 연락받을 일이 없다. 도도봉봉의 책은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입고한 책이 없으니 이렇게 사전에 연락해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주최 측은 신청기간이 아직 아니라며, 때가 되면 우리에게도 고지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주최 팀은 행사 3달 전쯤 도도봉봉에게 메일을 보내서 참석을 희망하는지 물었다. 부스 당 참가비(15만 원)이 적지 않은 부담이긴 했다. 그래도 독립출판물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가 그런 큰 행사에 참가팀으로 선정된다는 것도 영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컸다. 우리는 기획안을 보냈고, 다행히 선정돼 한 부스를 배정받았다. 


올해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선정된 팀은 253개 팀이었다. 프로파간다시네마그래픽스처럼 우리가 정말이지 좋아하는 팀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는 데 벅찬 감격까지 느꼈다. 무엇보다 우리의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 퍼블리셔스테이블이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책을 무척 많이 팔 거야...우여곡절 끝에 느낀 보람 


어느덧 퍼블리셔스테이블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에겐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 


'도대체 책을 얼마나 가져가야 해?' 


퍼블리셔스테이블을 1회부터 다녔다는 한 손님은 책이 많이 팔릴 테니 최대한 많이 가져가라는 조언을 했다. 그 말에 고무됐다. 100권이나 가져간 건 그래서였다. 우리의 책  뿐만 아니라 우리 서점을 아껴주는 영화 비평가가 만든 굿즈도 가져가기로 했다. 왠지 많이 팔 수 있을 거 같아. 에너지가 넘쳤다.

실제로 첫날 행사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 앞엔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엄청난 행사구나. 도도나 나나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빠르게 행사 부스에 우리 책을 깔기 시작했다. 120X60cm 정도의 작은 탁자였는데 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도 고심했다. 


이런 행사에 여러번 참석한 팀은 능숙하게 책을 진열하고 쌓았다. 진열대를 활용해서 책을 반듯하세 세워놓았다. 반면 우리는 책을 세울만한 스탠드가 많이 없어서 대부분 납작하게 깔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차, 싶었다. 뭐든지 처음이라 어색한 우리들이었다.  


행사 시작은 오전 11시였다. 우리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책을 진열했다. 겨우 시작 시간에 맞춰서 진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휴, 한숨을 돌리자마자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시작하자마자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여간 대단한 경험이었다. 많은 손님들이 우리 책 표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싸이월드 감성이라니. 옛날 생각이 나. 그런 반응이었다. 다만 우리 책이 예상과 달리 팬시하지 않고 비평식의 무거운 접근이라 선뜻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 듯했다. 

"싸이월드 감성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는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예요. 우린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몇몇은 책을 보더니 우리가 의도한 취지가 읽힌다며 기뻐하며 책을 구매했다. 총 판매고는 25권이었다. 100권 판매 목표엔 한참 못 미쳐서 어깨가 축 늘어졌다. 마지막날에 책을 담는 캐리어를 힘겹게 끌었다. 

너무 짐이 무거워서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 나는 아무런 뜻없이 퍼블리셔스테이블을 검색하고, 도도봉봉을 검색하고, 싸이월드 감성을 검색했다. 우리 책 산 사람 어디 없어요? 이런 심정으로 열없이 검색한 것이었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 우리 책을 샀다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세상에!!! 뜻밖에 호평이 담겨 있었다. 눈가에 무거운 게 핑 돌았다. 무거웠던 몸이 힌순간에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 그래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함께 몰려왔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가 무얼 해야하는 팀인지 더 잘 알게 됐달까. 


공을 들인 기획, 또 우리만의 독특힌 기획은 주파수 맞는 사람에겐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이어가야 한다. 한편으론 더 쉽고 즐거운 아이디어로 어필해야 한다. 더 가벼운 필치가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깊이 새겼다. 나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다. 실패라면 실패지만, 그래도 또 하나 배웠다. 


"이번에도 즐거운 경험이었어"






<아래/싸이월드 감성을 소개한 블로그글 인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