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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롱팰롱 Apr 23. 2021

The Kite Runner

연을 쫓는 아이

이 책은 Erin이 자기 프로필에 최애 책이라고 올렸길래 궁금하기도 했고 작가도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으로도 유명해서 관심 있게 보던 책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읽어보았다. 편법이긴 하지만 에린한테 궁금하다고 했더니 pdf파일을 전송해 주어서 다운로드하여서 틈 나는 대로 회사에서 읽었다. 단어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아주 낮은 편도 아닌 것 같다. 처음 집중해서 이야기에 빠져들기 전까지는 종종 단어를 찾아보면서 읽다가 나중에는 그냥 읽어 내려갔다.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아미르가 어린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낸 이야기와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미국으로 이민한 이후의 삶 이렇게 나뉜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너무 강렬해서 미국으로 넘어가서 인생 2막을 사는 주인공의 무슨 사연이 이렇게 많이 남았지 하면서 읽었다. 어린 시절, 그것도 내 고국에 관한 이야기라면 향수에 젖어 아름답게만 그려낼 수도 있건만 아미르의 어린 시절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프가니스탄 내 성폭력, 인종 차별과 폭력,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은 어린아이들의 사회,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자 안간힘을 쓰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야기가 많이 폭력적인 것도 있어서 읽다가 경악을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소년이 안쓰럽기도 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어린 시절 주인공은 너무 유약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모른 척하기 바쁘고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지 맞서는 법이 없는 한마디로 찌질한 소년이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못된 짓도 하고 가난한 하인의 아들이자 자신의 친구인 하산을 질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찌질함이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며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 유약함 또한 우리들 속에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모습에 화도 나고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면서 안쓰러워지는 마음이었다. 이후 어떤 사건으로 아미르와 하산은 헤어지게 되고 아미르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미국으로 간 이후의 삶은 조금 지겨웠는데 하산과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미국에서 아미르 아버지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아프간에서 꽤나 잘 나가던 사업가였던 아미르의 아버지는 딱한 처지의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고 불의를 보면 총앞에서도 굽힐 줄 모르고 맞서 싸우는 대인배 어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고, 대인배 어른은 한낱 이민자이자  '노바디'의 모습으로 미국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캐릭터 설정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하는 대목이었다. 

이야기는 흘러 흘러 주인공 아미르가 드디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좀 복잡했다. 이야기들은 좀 클리셰적이고(심지어 책에서도 클리셰라는 말을 언급한다..) 그런데 너무 드라마틱했고 그 와중에 주인공의 성장과 희망 이런 것들이 다 얼기설기 엉겨 붙어서 약간 지겨운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고 그러는 와중에 응원하면서 읽게 되고 그러다가 아.. 이 너무 클리셰 아닌가... 했다가 그러다가도 다시 또 각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어쩌면 작가가 노린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진부한 스토리를 늘어놓지만 마냥 진부하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설정하고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이 작가의 힘인지도 몰랐다. 

 책을 다 읽고 일단 평소에 많이 접하지 않았던 문화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이 원래부터 피와 전쟁이 물든 나라가 아닌 한때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갔던 나라였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은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푸한 자원으로 외세의 침탈을 끊임없이 경험한 나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하면 전쟁, 오사마 빈 라덴, 테러,  가난 이런 아주 부정적인 단어들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깝다. 한 나라가 이렇게 약 20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역사 저너머로 넘어가 버릴 수도 있구나 싶었다. 책 속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로웠던 시절, 그곳의 문화 등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고 연을 쫓는다는 이야기 등이 나와서 마냥 밝은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조금은 의외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어쨌든 책 속에는 운명, 지독한 인연, 성장, 인간미, 사랑 뭐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총체 되어 들어가 있다. 

책 중간중간 아프간 말이 나오는데 바로 다시 영어로 풀이해 두긴 했다. 번역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책을 읽는 동안 그 부분은 어떻게 번역되었을지 궁금했다. 내가 사는 이 동네 도서관에 다행히 한글 번역본이 있던데 빌려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사진 사용:https://pixabay.com/photos/child-boy-dragon-dragon-flight-288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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