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가면서 공감하게 된 것들

아버지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2

by 이해준

오늘은 1월 13일입니다. 서울에서는 버스 파업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느꼈겠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동네에서만 생활하니까요. 어머니도 지하철로 다니셔서 아마 모르셨을 듯합니다.


지방에서 살던 저희 가족이 아버지를 첫 번째로 해서 대학교 진학, 발령 등으로 서울로 차례 대로 오게 된 일은 참 신기합니다. 정작 먼저 오셨던 아버지는 이제는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셨지만요.


솔직히 10대 때는 아버지가 서울 발령난 게 그냥 편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마찰이 많은 아들이었으니까요. 서울 올라가서 사택과 주변을 구경해도 와 신기하다, 사람많다, 강이 참 크구나 하는 생각들뿐이었습니다. 서울 사는 게 부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했네요.


그러다 저도 올라오게 되고 생활을 5년 넘게 하다 보니 문득 혼자 사시는 게 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 지방에는 지하철도 없고, 이렇게 많은 동네들도 없고, 큰 강도 없고, 모르는 사람으로만 가득 둘러쌓여있진 않으니까요.


혼자 생각하고 밥 먹고, 씻고 자고의 연속입니다. 편하기도 하고 시간을 잘 쓰면 더 재밌기도 한데, 또 외롭거나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들이랑 있으면 뭔가 더 맛있는 걸 잘 챙겨먹고 싶고 대화도 더 하게 되는데 그런 게 없잖아요. 빨래도 함께 몰아서 돌리는 맛이 있는데 그런 것도 없고요.


처음 서울에 와선 왜 주말마다 왕복 5시간 이상의 거리를 가더라도 본가를 들락날락하는지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이해가 되네요. 제가 그러진 않지만요. 너무 멀어요, 몸도 마음도 말이죠.


매일 일하면서 만나는 동료들이 친절하고 상식적인 분들일 때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일하거나 혼자 고립된다면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일했던 곳도 그런 곳이었길 바라요. 막연히 광화문이 좋은 직장이라는 사실조차 저는 최근에서야 알았답니다. 하지만 좋은 동네라고 다 좋은 기업인 건 아니니까... 그런 곳이었길 바래야죠.


원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서, 원하는 걸 먹고, 내 맘대로만 하는 것은 좋은 점이 많지만 좋기만 하진 않네요. 반대로 정해진 시간에 자거나 원하지 않는 걸 먹는 경험들이 싫기만 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가끔은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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