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혼자 용서하기
벌써 소재가 떨어졌나봐요. 이런 주제를 고른 걸 보면.
그래도 이야기는 해야 겠죠.
어릴 적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부모님이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예스맨은 아니었죠.
무언가를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는 타입이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돈 줘도 안 해요. 그래서 조직 생활에 매우 부적합한 타입이죠...
문제는 아버지가 조직 생활에서 할법한 Top-down 찍어누르기를
집에서도 꽤나 하셨다는 데에서 시작됐죠.
엄마가 봐도 말이 안 되고, 아버지 입사 동기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집에 많았는데
예를 들면 감기 걸렸을 때 기침을 하지 말라 하셨죠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인가 싶겠지만 정말입니다...
아버지는 아마 기억하실 거에요 (한 두번 그러신 건 아니니까요)
물론 말의 의도는 나쁘다고 하기 어려웠어요
아마도 기침을 계속 하면 목이 더 아프고 늦게 나으니까 그런 거긴 한데...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참을 수 없는 기침의 가려움이 있는데!
저런 류의 말이 삼라만상에 다 있었어요 정말
그리고 기대치가 말도 안 되게 높은 점도 문제였죠.
저는 전교생 360명이 있고 120등 정도 한 거면
잘한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래요.
굳이 따지면 중위값보다 위에 있잖아요.
100명 세우면 33등 정도에 있는 거면 괜찮지 않아요?
근데 아버지는 거의 12등을 원하시더라고요
어머니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더 잘하면 좋겠다 정도?
360명 중에 12등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걸 왜 당연한 거처럼 여기셨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충족 못하면 소리지르거나 때리셨는데 부당해요.
그러니까 종합적으로 기대치가 높으셨어요
본인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어서 이해는 되는데
10대 초중반인 사람이 반드시 충족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저 그래도 공부 열심히 했거든요..
중학교 때 이후로 영어 공부를 거의 안 했는데
수능 치고 취업할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때 이미 영어를 취업용까지 떼서
문제는 수학에 재능이 없었다는 거
10년 뒤 아버지는 보란듯이 중견기업 임원이 되셔서 벌써 재계약을 3번이나 하셨네요
지금쯤은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살고 있다는 걸...
그걸 왜 저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면 행복하게 사는 DNA에요.
돈 미친듯이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없고
지위나 명예 같은 욕구도 거의 없어요.
남들보다 무조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어요
20대 중반 넘어가면서 제가 왜 저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이해하게 되었고
적어도 악의는 없었고 + 아버지도 저런 행동을 안 하시기 시작하셔서
마음 속으로는 많이 수용했어요
사실 위와 같은 DNA도 아버지+어머니가 헌신하셔서
많은 걸 어릴 때부터 충족하면서 그런 영향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고
상처가 없어져도 흉터는 남는 기분이에요
가끔 생각하면, 기분 더러운 일이죠.
암튼 그런 복잡미묘한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