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벌써 17일이에요. 누나가 결혼하는 날이에요
사촌누나긴 해도 저한데는 친누나나 다름없죠
어릴 때 저를 업어 키웠으니까요
아버지는 엄격하고 성실하신 분이라 저나 다른 사촌들을 가끔은 탐탁치 않아 하는데 유일하게 누나에 대해선 한번도 뭐라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네요. 항상 좋게만 얘기하신 거 같아요. 누나가 워낙 가족 어른들에게 잘 대해서겠죠?
5-6살 많은 형들이나 누나들이 먼저 결혼하고, 저도 내일 모레 서른인데 전혀 결혼할 기미가 없어요. 20대 후반이 되어서는 연애 시도조차 한 적이 없고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는 데에 급급하고 있네요. 자리도 잘 못 잡았고요. 사실 뭐든 일을 하면 직장은 잡을 수 있어보이는데요, 그보단 다른 생각이 더 머리 속에 가득해요
'과연 한 사람으로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느 덧 아버지가 저를 낳은 나이가 지나갔는데도 말이죠. 물론 그건 당신께서 너무 빨리 낳으신 점도 있지만요.
시대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제 나이에 저를 낳는다면 대체 무슨 기분이었을지는 좀 궁금해요. 하필 또 IMF도 터졌으니까 굉장히 정신없었을 거 같은데요. 저는 그에 비하면 굉장히 팔자좋게 살고 있군요.
저는 스스로가 대단히 책임감 없고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서인지, 어른은 출산을 해야 되는 거라는 생각마저 해요. 제가 아무리 책임감이 약해도 사람 대 사람의 약속이나 관계까지 회피할 순 없거든요. 그 중 제일 책임감있게 대해야 하는 게 자식이고요.
무슨 기분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네요. 이러다가 갑자기 어느 날 되는 게 부모인 거겠죠??
그 세기말에 대체 무슨 기분이셨을까, 가끔은 궁금하네요
그리고 그 자식이 결혼하는 걸 보는 건 대체 무슨 기분일까도요.
내일 결혼식장에서 뵈어요.
2026. 1.16.
누나의 결혼식 전날, 서울 단칸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