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진짜 대단하다.

: 지금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by 호시탐탐

마흔이 되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들과 가장 많이 하는 대화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이 일이 아니면 뭘 할 수 있을까?''앞으로 뭐 먹고살지?'인 거 같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먹고사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친구는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는데... 계약직도 아닌데 2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별 문제가 없어도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이고 쉬다가 다시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기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도 전문적인 '기술'에 경력까지 더해지니 이직이 어렵지가 않은 듯했다. 역시 어릴 때 부모님이 '기술'을 배우라고 했었는데 이 친구를 보면 '그 말엔 다 이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뜬금없이.

"나 창업해.

"응? 창업? 회사 차리는 거야?

"아니, 가게 오픈해. 강아지 간식 팔 거야.


툭-하면 삐지는 성격 탓에 AAA형이냐! 늘 놀림받던 친구다. 작은 일에도 상처 받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건축설계' 외엔 다른 일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갑자기 '강아지 수제간식'을 파는 가게를 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친구가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몇 해 전에 들었었다. 야구가 그랬었듯, 이번엔 강아지에 빠졌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강아지는 좀 더 특별했었나 보다.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강아지에게 직접 간식을 만들어주려고 배우러 다녔는데... 배운 지 3개월 만에 덜컥-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을 몽땅 털어 부동산에 가서 월세가 180만원이나 되는 가게를 얻고, 인테리어를 하고, 이제 곧 오픈한단다.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아직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았다고. 나도 때때로 새로운 일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돈이 없으니까!''경기가 안 좋으니까!'지금까지 했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런저런 이유들만 찾다가 결국은 '그러니까 안돼!'라는 결론을 내곤했었는데... 20년 가까이했던 '익숙한 기술'이 아닌,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친구의 용기가 정말 대단했다.


너는 진짜 대단하다.



"얘가 진짜 대단하지.

"내가?

"요즘 시대에 한 직장에서 20년이 쉽니?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스무 살 때부터 20년간 한 직장을 다닌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경기도 광주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약 50km. 왕복 100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회사를 20년째 다니고 있다. 지금에야 52시간 근무 때문에 조금 편해졌지만, 따박 따박- 월급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 가는 친구를 보면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거 하는 내가 낫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앞으로 뭐 먹고살지?'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나이가 들수록 부러워지는 친구다.


그런데 친구는 뜻밖에도.

"20년간 일했다고 뭔가를 준다는데, 좋다기보다는 내가 여기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응?


그러니까 친구는 사무직 여직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직급에는 한계가 있는데... 자기 때문에 밑에 애들이 연차가 쌓여도 못 올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란다. 거기다가 어느덧 신입들과는 띠동갑도 넘는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티를 내는 건 아니지만 자기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이제 이직은 꿈도 안 꾸고, 그저 정년까지 이 곳에서 버티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하다 보니 이전보다 친절하고, 상냥해지고 있다고. 그렇게 친구는 지금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너도 진짜 대단하다.


"나는 네가 진짜 대단하던데?

"내가? 어디가? 벌써 3개월이나 쉬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일하는데 나만 쉬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너는 매일 커피숍에 나가잖아. 나라면 쉴 때- 놀고, 먹고, 자기만 했을 거 같아.

"나는 충분히 놀고, 먹고, 잤다 아이가.


아마 너흰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은 상상도 못 할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문득,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나도 연출 할 거야!'라고 말한 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친구다.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어느덧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남들에게는 이 친구가 그냥 백수 혹은 현실감각 없는 이상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직장생활처럼 정해진 틀이나 규칙 없이 오롯이 혼자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무너질 수도, 흐트러질 수도 있을 텐데 이 친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성실하다. 내가 지금껏 본 사람들 중 제일!!


간혹 연출을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서는 알게 모르게 집이 제법 사는 친구들이 꽤 있다. 그런 친구들은 그래도 괜찮다. 그런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그러니까 타고난 재력 혹은 재능이나 인맥이 있지 않고서는 '돈'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먹고사는 걱정'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친구를 보며 늘 생각한다. '진짜 대단하다고!'


그러니까 이 친구에 비하면 고작 커피숍에 나와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나는 '결코 대단하지 않다'고 말하다 보니... 왠지 웃음이 났다.



우리 모두 진짜 대단하다


내 앞길은 깜깜하기만 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불안한데... 왠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네가 대단하고, 네가 보기엔 내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네가.

별것 아닌 나를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별것 아닌 나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창업을 한 친구도.

20년 동안 한 직장을 다닌 친구도.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친구도.

꿈보다는 아이를 위해 오늘을 참고 있는 후배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언니도.

마흔도 힘든데 오십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선배도.

마흔에 백수가 되었지만 커피숍에 나와있는 나도.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 스스로는 별 것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진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