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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Jan 05. 2021

어른 보호구역

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린이를 지키기 위한 공간입니다. 노약자 보호구역은 노약자들의 안전을 위한 공간이며 장애인 보호구역은 심신이 불편한 자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아무 구역에도 속하지 않는 자는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약자의 반대말은 강자라면, 보호받을 구역이 없다는 게 강하단 사실일까요.


어른을 위한 보금자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른은 약하지 않지만 어른이라고 강한 것도 아닙니다. 밖으로 나가면 금방 지치고, 방에 혼자 있으면 외로운 세상입니다. 강하지 않지만 약하지도 않다는 이유로 어른을 보호해줄 공간은 없습니다. 세상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날엔, 어른도 어른 보호구역이 생각날 텐데요.


어른이란 사실이 싫을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일 때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지나다니는 차를 막아주던 녹색 어머니회와 차량 제한 속도, 그리고 많은 안내판. 그 공간은 나를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세상은 위험으로부터 어린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마냥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며, 도움을 받을 정도로 심신에 공인된 문제가 있지도 않고 나이를 많이 먹지도 않았습니다. 방으로 도망치자니 외로움이 사무치고, 밖으로 나가자니 고달픈 세상입니다. 세상은 더 이상 다 커버린 나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약자라고 치부당하기는 싫습니다. 그렇지만 강자라고 여겨지는 것도 유쾌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약자도, 강자도 아닌 그저 버텨내는 자들입니다. 버텨내는 자에겐 쉼터도 필요합니다. 주어지면 좋겠지만 어른에겐 제공되지 않습니다. 각자의 보호구역을 찾아내 봅시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만의 보호구역,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모르죠, 가까이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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