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묘와 함께 산다는 건···.
룸메이트와 살게 되면서 함께하게 된 친구가 있는데, 올해 3월에 만으로 열일곱 살이 된 고양이 건이다. 코리안 숏헤어인 건이의 털은 고등어 줄무늬이며 체구가 작은 편. 꼬리는 너구리 꼬리처럼 오동통한 모양인데 꼬리 끝이 살짝 휘어있다.
건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룸메이트와 살지 않았던 때다. 건이는 나와 처음 만났는데도 경계하지 않고 자꾸 나의 발냄새를 맡으며(···왜?)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작은 방에서 건이랑 인사를 하고 이동하느라 지친 나는 조금 뒤에 잠들었던 기억이다. 건이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먼저 다가가서 냄새를 맡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조금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같이 사는 고양이도 아니었고, 먼저 좋다고 마구 만져대면 미움받을 테니 친구들과 수다 떨고 게임하며 건이에게 관심을 좀 덜 가지려고 했다. 고양이는 울렁울렁꿀렁꿀렁한 느낌이라 만지면서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고.
셋이 함께 살게 되면서 건이와 나는 룸메이트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단기간에 많은 시간을 붙어있어서 그럴까? 건이와 생각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귀찮을까 봐 일부러 말도 안 걸었는데 곁에서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존다. 밥과 물을 해결하려고 거실로 나가는 게 아니면 건이는 보통 큰방 침대 위에서 지냈는데, 나도 일하기 전까지 큰방 침대에 붙어살았다. 그러니 늘 서로의 옆에 있었다. 건이는 겨울에는 내 허리 즘에 붙어서, 여름에는 발치에서 잤다. 조금씩 만져주고 궁둥이를 두들겨주었더니 먼저 말도 건다. 나중에는 날 밟기 시작했다. 밥 달라고 아침에 밟고 만져달라고 저녁에 밟는다. 이동할 때도 그냥 밟고 지나간다. 이상하다. 룸메이트는 잘 밟지 않으면서 나는 왜···.
작년 초가을, 룸메이트가 지원을 받아 건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검진 전 날 소변을 받아오라기에 룸메이트와 함께 늦은 저녁부터 건이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기다렸는데 룸메이트는 곧 졸더니 나에게 맡긴다며 잠들었다. 결국 혼자 작은 방에 앉아있다 건이가 거실로 나올 때마다 작은 통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라고 눈으로 외치다 소변을 받아내는 걸 성공했고, 다음 날 룸메이트가 이 통과 건이를 데리고 검진을 받아왔다. 며칠 뒤 룸메이트는 검진 결과를 듣고 왔는데, 열여섯 살이나 되어서 그런지 연골도 약해지고 척추 끝은 변형이 왔다고. 게다가 소변에 약간의 슬러지가 보이고 간 수치와 신장 수치가 높게 나왔다. 신장이 점점 손상되어 가는 신부전이 진행되고 있을 거라기에 우리는 건이의 사료부터 바꿨다.
처음에는 유명한 브랜드인 로열캐닌의 레날 스페셜을 먹여보았는데, 나중에 가서는 나름 먹어주었지만 적응하는 시기에 먹는 양이 좀 줄었다. 며칠을 잘 못 먹다가 그전에 먹였던 사료와 섞어주니 조금씩 적응하는 듯했다. 룸메이트는 이 사료보다 기호성이 더 좋은 것을 찾아 주문을 했다.
스페시픽 키드니 서포트는 봉투를 열자마자 건이가 관심을 보였던 사료다. 많은 고양이들이 그렇듯 사료를 바꾸면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이 사료는 그 기간이 꽤 짧았다. 조금 남아있던 로열캐닌 사료와 섞어 먹이다가 스페시픽만 주었고 바로 잘 먹어주었다. 아마 이 시기 즘부터 건이가 아침에 밥을 달라고 직접 깨웠던 걸로 기억한다. 새벽부터 울고불고 밟고 난리를 치면서 깨우는데, 왜 그러느냐고 일어나면 건이가 먼저 큰방을 나서서 거실에서 기다린다. 따라가 보면 밥을 달라는 것이다. 게다가 점점 취향이 확고해진다. 봉투 안의 새 사료를 꺼내달라고 한다. 조금 남긴 사료에는 관심이 없다. 그전까지는 남은 것도 다 먹고 배가 많이 고픈 게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거 같은데··· 왜인지는 모르지만 새 밥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튼 건이가 맘에 들어했다.
건이는 물을 자주 마셔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신부전 때문일까? 이미 물을 자주 마시는 거 같다. 목이 자주 마르는 건지. 다음다뇨가 증상 중 하나라던데···. 아침에 일어나 건이의 화장실을 청소하면 감자가 세 덩이 정도 나온다. 우리가 자고 있을 때 계속 화장실을 가는 듯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물을 자주 마시게 하는 것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방 여기저기에 물그릇을 두는 거라기에 작은 그릇을 하나 더 사서 큰방에 두었다. 늘 물을 떠다 두니 건이는 거실까지 나가지 않고 방에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방에 둔 물그릇을 애용했다.
나름의 방법으로 신부전의 진행을 늦추려고 노력했지만 건이는 밥을 잘 챙겨 먹는데도 체중이 자꾸만 빠졌다. 게다가 변비가 점점 심해져 어느 날은 대변을 보려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힘을 엄청 주는데도 변이 안 나오고 나중에는 피를 보기도 했는데, 문제는 항문이 아니라 생식기에서 피가 보였다. 소변을 볼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피가 변비가 오면 자꾸 보였고 안 되겠다 싶어 집 가까운 곳 나름 괜찮다는 병원으로 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