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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꼭 이뤄낼 거야

프롤로그

by 정미선

지난해 7월 17일.

그날은 내 삶의 궤적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날이다.



병원엘 갔다.

언제나 깔끔하고 단정하지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곳.

헌데 왜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을까...

그곳에서 나는 의사로부터 의학적으로 매우 참담한 진단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

신랑과 나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랬던 것 같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픈 일이 벌어졌을 땐 엉엉 울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이 위로를 대신한다.

심장 저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내 목을 타고 올라와

울컥 터져버릴 것만 같은 것을 꾹꾹 눌러가며,

나는 한동안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년 여름을 보냈다.

더웠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 머릿속은 온통 언제 다가올지 모를 어둠의 그림자와 싸우며

때론 지치고 때론 무기력해졌다.


운영하던 학원도 문을 닫았다.

누추한 상상력이지만 꽤 열심히 채우던 브런치의 쏠쏠한 재미도 내팽개쳤다.

나는 그렇게 몸도 마음도 메말라갔다.



그런데, 며칠 전 신랑이 전해 준 얘기가 솔깃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요양병원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오며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며 살아볼 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뻔한 대답일 수 있는 그 이야기가

왜 그토록 내 마음을 울리고, 아프게 심장을 때렸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도 곧 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가 되겠지... 하며

무력하게 지내오던 내게도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걸 절절하게 깨닫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는 불쑥 튀어나온 용기를 부여잡아 본다.

소소하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찬란할지 모를 나의 버킷리스트를 펼쳐보려 한다.

누구나 살아가는 이유가 있듯,

내게도 아직 살아갈 시간과 용기가 있다면

꼭 이루고픈 소망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또 이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평범하고 남루한 나의 이야기들이

또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용기의 불씨가 된다면

나는 더없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초라하지만 빛나는 들꽃 같은 나의 버킷리스트를 정리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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