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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Nov 10. 2022

'아무말 대잔치'에 대해

때론 악의가 없는 게 더 사람을 화나게 하지

사람들은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어." 또는 "저게 말이야 방귀야."와 같이 자신이 접하게 되는 말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곤 한다. 무시와 반사의 방법도 있겠지만 말이다.


말 자체에 매사 감동을 주거나 주변 사람들을 빵빵 터뜨리는 혹은 잔재미만을 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도무지 저 말은 왜 하는 건지 어쩐지 불쾌와 찝찝함만 남게 되는 말들이 있다. 보통 그런 말들은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뱉은 말은 아니다. 주로 '그냥' 또는 '지나가는 말'이라고 해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는 그냥 한말인데.." 혹은 주변인이 동조하는 발언으로 "그래도 그 말, 그 사람이 악의는 없잖아."라고 감싸주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말자체에 힘을 싣지도 않았고 딱히 의도가 없는 말, 또는 악의가 없는 말이기에 그 무게 또한 가볍다.  하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볍게 지나가는 말에서 오해, 관계 악화는 비롯된다.


마치 저 사람은 평소에도 나에 대해 그런 생각들을 줄곧 하며 지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다 라는 나름의 타당성을 시작으로 말이다.


오히려 굵직굵직한 문제는 받아들이는 크기와 타격감이 크지만, 그만큼 해결하는 데에 드는 방법도 명료하고 간결한 경우가 많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그냥 하는 말에서 나오는 상처는 상대가 드러내기엔 스스로가 쪼잔해 보일까 걱정이 되고 그냥 넘어가자니 간지러운 곳이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찜찜하다. 그냥 두고 넘기자니 나중에 그 부위가 가렵다 못해 자주 긁어서 상처가 나게 된다.


이럴 경우 최초 원인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잘 모르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결국 관계에서 화를 부르는 가장 큰 부분은 말이다. "조용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는 전부터 '嘿'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고 산다. 실천은 잘 안 될 때가 많고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불필요한 말을 삼가자는 의미로 잠잠하다, 고요하다 라는 뜻을 가진 '묵'이라는 글자를 늘 떠올린다.


10여 년 전 어느 선배가 그저 조용히 하고 아무 말 안 하는 '묵'이 아닌, 하고 싶은 말도 넣어둘 줄 아는 그런 마음가짐까지도 일컫는 의미라며 마치 큰스님이 화두를 내리듯이 내게 메시지로 보내줬던 말이기도 하다.


요즈음 그리고 앞으로의 내게 계속해서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꼭 해야 할 말과 불필요한 말을 가릴 줄 알며 스스로 책임지지 못할 말은 굳이 내뱉지 않는 마음과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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