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늦가을 새벽하늘은 어둑했고 바깥공기도 차가웠다.
서둘러 입국 수속을 마치고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커피도 한 잔 사마셨다. 공항버스 첫 차 표를 끊고 30여분을 기다렸다. 곧 도착한 버스에 짐을 싣고 올라타, 6시가 좀 넘었는데도 여전히 어둑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새벽안개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서서히 날이 밝아지는데도 창밖은 뿌옇고 흐렸다.
마음이 다시 먹먹하다.
참거나 삼켜낼 수 있는 슬픔이 아니었다.
여태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줄줄 눈물이 났고,
가슴이 저릿하고 아파왔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렇게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울면서 이동했다.
나랑 같은 해에 나보다 몇 달 늦게 태어나, 이제 막 25살 생일을 보낸 내 동생. 나에게는 유일한 여동생이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정말 기특하고 배울 점 많은 내 동생. 내가 종종 “난 네가 정말 멋지고 자랑스럽다“ 말하면, 나도 언니가 정말 멋지다고 대답해주며 소소한 감동을 줬다.
현실감이 없어 멍했다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가,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동생을 마주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네가 내 동생이어서 정말 고마워.
잘 가, 사랑해.
나는 신의 존재도 사후세계도 믿지 않고
이런 내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왔다.
지금 나는 사후세계의 존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마 할머니가 가장 먼저 따라가게 될 테니 거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라는 말을 건네시는 우리 할머니에 또 참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이후 알게 된 건데, 평생 불교 신자로 살아오셨고 독실하셨던 우리 할머니는 앞으로 절에 가지 않겠다고 하셨단다.
앞으로의 내 삶은 많이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