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절라 더크워스, <그릿(Grit)>
학생들이 공부를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할 때, 나는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우리가 바보는 아니니까, 똑같은 걸 다섯 번, 열 번 보면 분명 기억에 남을 거야.’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완전히 새로운 업계에 몸담고 나서, 이 업계의 ‘사투리’를 알아먹을 수 없어서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익숙하고 편하게 하는 이야기를 나만 못 알아들어서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계속 받으니 자존감이 꽤나 낮아졌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너무 당연하게도, 분명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하기 싫고 귀찮고 그랬다. 이런 내 마음과 시험 일주일 앞두고 공부 안 돼서 유튜브 보는 학생들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월급이라도 받으려면 여기저기 꾸역꾸역 따라다녀야 했다. 그러면서 귀동냥을 계속 하다 보니 ‘어 이거 들어본 건데’ 싶은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약장수마냥 되도 않는 썰을 어설프게나마 풀고 다닐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똑같은 거 여러번 보고 듣다 보면 분명 기억에 남을 거야.’그러니까,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도 끈덕지게 들러붙어 있다 보면 언젠가는 편해진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차에 <그릿(Grit)>이라는 책을 만났다. 책에 따르면, ‘그릿(grit)이란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고 목적이 뚜렷한 목표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매일, 몇 주씩, 몇 해씩 도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것(pp. 358-359)’이라고 한다. 아직은 일에 대해 아주 큰 흥미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덜 번 일어나서 다시 들러붙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만약 흥미와 목적이 좀 더 뚜렷해진다면 퍼포먼스도 덩달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책에 따르면, 흥미는 첫눈에 반해서 머릿속에 종소리가 울리듯 한 방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하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보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알맞은 정도의 격려와 자극을 받으면서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그 흥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것은 삶의 목적까지 될 수도 있다. 삶의 목적이 정해지면 그것을 기준 삼아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릿(grit)이 만들어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식적인 연습’이다. 지금까지 해낸 것보다는 아직도 해내지 못한 것에 더 집중하고, 그 부분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이 때 ‘어떻게 하면 이걸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입과 머리에 달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혼자서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책쓴이는 ‘강한 투지를 원한다면 투지가 넘치는 문화를 찾아서 합류하라(p. 321)’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요즘 나는 내 삶을 리빌딩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내가 흥미로워하는 일들을 다시 찾아보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을 만한지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일을 꾸준히 해서 결국에는 끝내는 훈련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그와 함께, 귀찮은 일일수록 더 집중해서 먼저 끝내는 연습도 해보려고 한다. 이런 습관들은 무엇을 하든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