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징쌤 Dec 05. 2023

영업 사원도 프로젝트 한 번 뛰어봐야 하는데

현장을 알아야 영업도 잘하지

예전에 <미생>이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했다. 웹툰도 드라마도 재미있게 봤다. <미생>에는 한석율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 드라마에서는 변요한 배우가 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석율은 현장 경험을 매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무직들이 현장 직원들의 입장을 모른 채로 함부로 일한다고 여긴다. 물론 그의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사무직에게는 또 그들 나름대로 우선순위나 일하는 방식이 있을 테니까. 다만 <미생>을 한창 즐겨보던 때에는 아직 취업하기 전이어서 직장인들이 실제로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막연하게 한석율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 현장이라고 하면 역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객사(사이트라고 부른다)들이 아닐까 싶다. 고객사가 어떤 곳인지, 고객사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현장의 느낌도 제각각이다. 영업 사원들도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지만,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한석율 식으로 따지면, 영업 사원들은 사무직에 들어가겠고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는 엔지니어들은 현장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한 프로젝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팀장님은 얼마 전에 농담 섞인 말로 영업 사원들이 자신들을 '염전에 팔아넘겼다'라고 했다. 그 프로젝트는 작업 환경이 아주 열악하고, 고객사 담당자도 무척이나 까다롭다 보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다른 팀장님 한 분과 고객사에 미팅을 다녀왔다. 미팅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팀장님은 영업 사원들도 프로젝트에 한 번 참여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나처럼 문과를 졸업한 IT솔루션영업 사원들은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당장 미팅 가는 택시 안에서도 고객의 문의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라 한 번 알아보고 답변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 앉아 있던 팀장님은 내가 전화하는 걸 잠자코 듣고 있다가, 전화가 끝나고 나서 사실은 별거 아닌 내용이라며 간단하게 답을 알려주셨다. 이런 수준이니,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영업 사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그 팀장님은 영업 사원들이 단순히 제품을 더 잘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답이 없는 곳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팀장님 경험에 따르면, 고객들이 우리 회사에 온갖 프로젝트를 의뢰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니 프로젝트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프로젝트가 잘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을 때도 있고, 종종 다른 업체들과 역할을 나눠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에는 그들과 손발이 안 맞기도 한다. 그렇다고 프로젝트가 잘 되면 행복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프로젝트가 잘 되면 잘 되는대로 고객들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영업 사원들은 현장에서 이런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end-to-end'로 업무의 모든 부분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영업 사원이 직접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end-to-end'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영업 사원들이 프로젝트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고 나면, 프로젝트 계약을 하기 위해 고객과 협상을 할 때 여러 가능성들을 폭넓게 고려해서 안전하게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영업 사원의 말 한마디에 엔지니어들의 해야 할 일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프로젝트 경험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영업 사원에게는 다양한 고객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또 다른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에만 힘을 쏟을 수도 없다. 한 손에 떡 두 개를 쥘 수는 없으니, 아주 어려운 부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1등 제품도 이 모양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