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불면

by 이도이

잠을 못 잤다. 세시에 깼다가 여섯 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쓰고 싶은 말들이 줄줄 떠올랐기 때문이다. 새벽 여섯 시 반부터 글 써보기는 처음이다.

아마 설렜기 때문인 것 같다. 평생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며칠 전에 안 그래도 된다는 걸 깨닫고 원하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작해 볼지,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반응은 있을지 가늠해 보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안돼, 그래도 자야지. 그러나 이번에는 쓰고 싶은 글 생각. 결국 잠을 거의 못 잤는데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잠도 안 온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 꼴이 아닌가.

사실은 밖을 막 달리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쏟아지는 별똥별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싶다. 산타의 선물상자 안에 담겨 굴뚝을 지나 어느 집으로 배송되고 싶다. 살아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여기저기 인사하고 싶다. 나 여기 있어요! 손을 마구 흔들며 우주의 어느 비행사에게도 안부를 전하고 싶다.

아쉬운 건 졸려서 글이 잘 안 써진다는 거다. 더없이 졸리고 피곤하다. 아, 자고 싶다. 그런데도 잘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이 뭐라도 해보라는 듯 난리다. 이렇게나 기뻐해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내 삶을 산다는 건 이런 거겠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이런 거겠지. 하기 싫고 미루고만 싶은 게 아니라 당장 시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신나는 거겠지?

후회 없이 살아야 해. 그러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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