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야

인생을 끌고 가는 믿음에 대하여

by 이도이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비주류의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초면에 쉽게 말할 수 없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나의 가치관에 대한 것이다. 바로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게 뭘까. 돈,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돈 많은 부모를 만나는 일일까? 이런 문장이 농담보다 진담처럼 느껴지는 요즘에 나는 자꾸만 다른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잘생겨 보이는 것, 돈이 많은 것, 친구가 많은 것, 음, 뭐가 좋은 걸까? 마치 정해져 있는 듯한 행복의 판도를 뒤흔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딱히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 같지 않아서. 트렌드처럼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정해져 있는 길을 따라가 버리면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하다가 삶의 끝자락에 후회할 것 같아서. 비슷비슷한 삶은 재미없어서.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의 길을 찾아라' '삶의 주인이 되어라' 이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만약 내가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안 쓰고 원하는 대로 살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어서.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 자주 그리고 깊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삶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느끼는 요즘, 아,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마치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된 느낌이랄까. 외롭기도 하고 이게 맞나 자기 의심이 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대기업이 좋아하는 스펙에 맞춰 활동을 하고 공부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내가 나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외부 기준에 맞추면서 살다가는 나를 다 잃어버리고 텅 비어버릴 것만 같다. 그때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후회를 해봤자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고생스러워도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나는 지금 당장의 불안보다 먼 훗날의 후회가 더 두려운 것이다.


지금 나에게 요구되는 행동 중 하나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성적을 잘 받는 것. 스펙을 쌓는 것. 좋은 회사에 괜찮은 연봉으로 취직을 하는 것. 취직을 위해 공부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 그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느 쪽을 돌아보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이상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나에게 '잘할 것'이 요구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잘 보이려고, 높은 성적을 받으려고 공부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삶을 살기 위해 나 자신과 한 약속이다.


오늘 단어 하나를 외우더라도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재미, 호기심, 순수한 욕망에서 비롯한 것들 말이다. 나의 모든 행동이 오롯이 나를 위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공부를 왜 하냐면, 공부가 어렵고 하기 힘든 건 맞지만, 그래도 내가 그나마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나는 어려운 과제를 쉬운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과정은 힘들어도 조금씩 성장할 때의 뿌듯함이 좋다. 지금 그 과정에 있어서 괴롭긴 하지만 고통과 기쁨이 함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주도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류에 휩쓸려 '잘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거라고.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도 않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보다 인생에서 누릴 만한 크고 짜릿한 기쁨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을 잘 마무리짓는다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자부심이 들기도 하고. 결국 해냈다는 즐거움에 도취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우 그런 것, 고작 그런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깊은 만족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효능감을 인지하는 것. 나 좀 괜찮은 사람이네. 멋진 사람이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 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었군. 은근한 미소가 지어지는 일. 그런 순간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하기 위해 궁리하고, 잘 해낸다. 나는 뭐든 잘 해내는 그 능력을 외부 기준이 아니라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써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다들 누구보다 잘 해내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 묘한 만족감에 가득 차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괜찮은 사람인지 이야기하고 싶어질 텐데.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결국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내가 나를 만족시키고, 내가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비교하고 서로를 깎아내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을 테니까.


당신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믿음이 지금 당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는가?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하나 털어놓았으니 당신도 말해주길 바란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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