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돈 속에서 매일

by 이도이

가끔 나는 내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을 믿어도 괜찮은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한다. 확신,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 사실 앞에서는 무력해지기도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인생은 선택의 문제로 치환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져 있을 거라 믿고, 누군가는 모든 선택을 주체가 결정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양극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무수한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건 복잡한 일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그 선택의 과정마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귀속된 존재다. 인식하든 하지 못하든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무엇인가로부터, 또는 내부의 균열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우리를 이끌고 변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변해간다. 늙어간다. 모두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은 가만히 누워서 멈춰 있었다.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고 갈 수 없었다. 나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나를 찌를까봐 또는 다른 누군가를 찌를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엇도 믿을 수 없어서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선택을 한 날이었다. 외로웠다.


이런 날은 어떻게 지나보내면 좋을까. 고통이 인생의 본질이지만 그 속에 머무르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날엔 살아 있으니 되었다고 말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살아 있었던 게 전부이고 그걸로 다 됐다. 어차피 우리는 매일을 혼돈 속에서 보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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