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청소기 없이 사는 법
난 청소기가 싫다. 청소기를 돌릴 때 나는 소리도 싫고 청소하고 먼지를 털어주며 정리하는 것도 싫다. 게다가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기에서 미세먼지까지 발생하니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는 가전제품이다. 먼지를 없애주면서도 먼지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가전제품 인 셈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창문 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청소기까지 돌려 집안에도 미세먼지가 가득하게 만들 순 없었다.
청소기 없이도 충분히 청소가 가능하다. 머리카락은 돌돌이로 없애고 먼지는 물걸레로 닦아준다. 쌓인 먼지들을 걸레로 닦아낼 때마다 마음도 깨끗하게 닦이는 기분이 든다. 구석구석 청소기가 닿지 않는 부분도 손으로는 쉽게 닦을 수 있다. 걸레가 더러워질수록 개운함은 배가 된다.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은 참 귀찮은데, 집안을 닦는 일은 아주 개운하다. 누군가에겐 노동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겐 힐링의 시간이다. 설거지가 나에게 노동에서 힐링의 시간이 되었듯이 걸레질도 그러하다.
하지만 20평에서 30평으로 이사오니 닦아야 하는 면적이 넓어져서 자주 물걸레질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제 막대걸레에 청소포를 끼워서 슥슥 닦아준다.
가볍고 자리 차지도 안 하며 전기 충전 걱정 없이 쉽게 쓸 수 있는 막대걸레! 오래전에 샀던 막대걸레는 무겁고 회전이 잘 안 돼서 사용하기 불편하여 결국 버리게 되었는데 이사 후 새로 산 이 막대걸레는 가볍고 회전도 부드럽게 잘돼서 자주 사용하게 된다. 막대걸레는 매일 사용하고 손으로 하는 물걸레질은 일주일에 두세 번만 구역을 나눠서 해준다. 이렇게 청소하니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 와도 여전히 청소기가 필요 없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청소할 수 있다.
편하게 살자고 만든 가전제품들이 참 많지만 모두에게 편한 건 아니다. 청소기를 더 편하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결코 편한 가전제품은 아니었다.
무겁기도 했고(다른 제품보다 가벼운 편인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무선 청소기를 사용했음에도 무겁게 느껴졌었다) 자리 차지도 하고 필터 청소도 해줘야 했다. 사용이 편하다고 다 편한 게 아니다. 사용 후에도 관리가 편해야 진짜 편한 것이다. 청소기 덕분에 사용뿐만 아니라 사용 이후도 생각하는 소비를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밥솥, 전기포터 등도 같은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 후 관리까지 생각하면 결코 편리하기만 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 이후의 편리함까지 생각한다면 가전제품 하나를 들여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소비습관을 가질 수 있다. 청소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