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어썸머 May 02. 2022

죽음과 미니멀라이프의 상관관계

내게는 소중한 물건이 없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슬프고,
죽은 뒤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특별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봐도 봐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클수록 이 사랑스러움이 희미해질까 봐 걱정했지만 클수록 사랑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마냥 예쁘고 마냥 좋다. 이유 없이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는 내 아이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도 가끔은 귀찮고 짜증 나는 존재가 되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마지막' 생각한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지금  순간도 매우 그리울 거라고. 엄마를 찾는 아이의 소리가, 서러움에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아이의 손길이, 새벽에 깨서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몸짓이 모든   그리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갑자기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 시간은 유한하지만 무한하다는 듯이 쓰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매일   없다. 오늘일 수도 내일일 수도 있다.   후가 될지 몇십  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마음을 쓰고 돌아보며 사는 수밖에 없다. 그걸  알지만 자꾸 잊는다.




영화든 드라마든 우리는 이를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슬프고, 죽은 뒤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특별해진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 나온 대사이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사후 세계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코믹하면서도 심오하게 그려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죽음 덕분에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무엇이든지 '유한'해야 소중해지고 특별해진다. 지금 이 순간도, 이 삶도 조금 더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는 건 죽음 덕분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잠시 내 것인 물건일 뿐이다. 내가 죽으면 이 물건들은 버려지거나 다른 누군가의 소유가 된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물건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집에 도둑이 들어 모든 것을 훔쳐간다면? 집에 불이 나서 모든 게 다 타버린다면? 내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작년에 우리 동네에 큰 화재가 나서 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이 있다. 불이 난 곳은 20~30 가구가 사는 소형 아파트였다. 다시 아파트를 복구하는 공사를 하면서 불에 타버린 수많은 물건들이 꺼내어졌다. 지나갈 때마다 쌓이고 치워지고 또 쌓이고 치워지는 그 물건들을 보면서 우리 집에 당장 불이 난다면? 당장 대피해야 한다면 내가 꼭 챙길 물건은 무엇일까? 불에 타버려서 아쉽고 슬픈 물건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사실 내겐 소중한 물건이 없다. 물건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물건으로 행복을 사지도 않는다. 내게는 그 흔한(?) 명품이 단 하나도 없다. 언제나 남들이 다 아는 브랜드보다는 나만 아는 숨은 브랜드의 멋진 물건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갖 명품을 휘감은 사람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기준으로 잡는 삶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중한 물건 없이 소중한 마음만 지니고 사는 게 좋다. 당장 모든 게 다 사라져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과 나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챙기고 아끼는 마음과 내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유지하면 내 죽음이 가까워져도 두렵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에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물건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마음들이 더 후회될 것 같다. 소리 지르지 말고 한 번 더 안아줄걸. 화내지 말고 이해해줄걸.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해줄걸. 옆에 있음을 감사하게 여길걸.


그런 후회가 없도록 오늘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물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빛나는 보석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수많은 물건을 치우느라 애쓰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기 위해서, 갖고 싶은 물건을 들이기 위해 애쓴 시간과 마음 대신에 나를 위한 건강한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로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 애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