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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어썸머 May 10. 2022

정리유전자 없는 미니멀리스트의 정리법

여기는 엉망이어도 됩니다

정리유전자 없는 사람

양말은 여기저기에 벗어두고, 서랍에는 옷들이 엉망으로 뒤섞여있다. 옷은 벗어서 의자 등받이나 행거에 걸쳐둔다. 바지는 뱀이 허물을 벗은 듯 벗은 자리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흔한 우리집의 모습이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어서 물건은 미니멀하게 유지하는 편이지만 정리에는 소질이 없다. 그래서 정리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정리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정리할 수납공간이  필요한  같다. 그래서 수납장을 사려고 검색하다 보면 괜히  쓰는  아냐? 샀다가 살림살이만  늘어나는  아냐?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아이용품, 잡동사니 등을 수납하겠다고 수납장을 이것저것 샀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소중하지도 않고 당장  갖다 버려도 전혀 문제   없는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수납장을 샀었나 싶은  많다. 정리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수납장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을  줄여야 한다. 수납장이 많아질수록 정리해야 하는 공간과 물건이  늘어난다. 내가 모든 수납장에 수많은 물건들을  제자리에 착착 넣을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고민해서 사야 한다. 현란한 광고에 속아서 나도 저것만 있으면 정리왕이   같은 생각에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수납장과 정리 용품은 정리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유용한 아이템들이다. 정리 유전자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들도 전부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요주의 물건들이   있다. 그러므로 일단 비우자.


살 빼기는 어려워도 물건 비우기는 쉽다

나는 비우고 싶은 물건들을 모아서 저렴한 가격에 동네 중고 마켓에 올린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비워질 때까지 베란다 창고에 보관해둔다. 가격을 저렴하게 올리면 비워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빠른 비움을 원하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안 팔릴 것 같으면 그냥 나눔을 한다. 요즘은 비대면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에 문 앞에 두고 가져가는 비움으로 간편하게 비울 수 있다. 아이의 작아진 옷은 대부분 기부를 한다. 요즘에는 고아원이나 보육원에는 기부 옷이 넘쳐나서 의류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 그래서 나는 주로 옷캔을 이용해서 비우는 편이다.  해외 배송료까지 내가 돈을 지불하고 비우는 형식이지만 박스채 문 앞에 두면 알아서 가져가고 좋은 일에 쓴다 생각하니 비움이 한결 가벼워진다.


정리유전자가 없는 미니멀리스트의 정리법

한마디로 간단하다. 엉망으로 만들 공간을 마련해주면 된다. 공간을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선 바닥만 엉망으로 만들지만 않아도 깨끗해 보인다. 그렇다고 의자에 툭툭 걸쳐두는 것도 안된다. 아무 데나 걸쳐둘 곳, 아무 데나 벗어둘 곳, 아무 데나 넣어둘 곳을 정해주면 된다. 정리유전자가 없는 나의 정리법 몇 개를 소개해본다.


여기는 어질러져도 되는 공간입니다

양말, 속옷 정리를 위해서 수납함을 구입했었는데 정리유전자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는 칸막이마다 하나하나 넣어 사용하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칸막이 위로 그냥 막 넣어 사용하게 되고 더 엉망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큰 공간박스를 사서 속옷과 양말을 넣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수납함을 검색하려다가 기존에 있는 것을 그냥 활용하고자 속옷 정리함의 칸막이를 다 접어 넣어서 사용하고 있다.


남편의 속옷과 양말 서랍장 - 정리전(좌) 정리후(우)

정리하면서 오래된 속옷과 양말을 비웠더니 공간이 넓어져서 사용이 더 편리해졌다. 칸막이에 하나하나 넣는 수고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넣어도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정리되어 보인다.


입던 옷은 의자에 걸쳐두지 말고 행거에 걸쳐둔다. 입던 바지나 티셔츠 등을 바로 세탁할 게 아니라면 다시 접어서 서랍에 넣는 게 위생상으로도 더 좋지 않다. 행거에 걸쳐두어 다음에 입기 전까지 옷을 환기시켜준다. 곧 입지 않을 거라면 과감하게 바로 세탁바구니에 넣는다. 세탁해서 서랍에 보관하는 게 좋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걸쳐두는 옷의 개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옷의 개수가 적으면 이런 신경조차 쓸 필요 없이 간편하지만 옷이 많다면 더 지저분해지므로 정리유전자가 없다면 반드시 옷을 비워야 한다. 


충전기는 공간박스에 모아두기

책상 아래 충전기, 전선 등으로 어질러진 공간은 공간박스로 지저분해져도 되는 공간을 설정해둔다. 차곡차곡 전선을 정리해서 깔끔하게 쓰는 사람에게는 지저분한 정리법이겠지만 '정리유전자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것도 정돈하는 것이다.


정리 안 되는 신발은 정리가 쉬운 수납장을 이용

순식간에 지저분해지는 현관도 방심하기 쉬운 공간이다. 운동화, 구두, 장화, 슬리퍼 등 온갖 신발들이 나와 있는 현관은 집의 첫인상을 망친다. 현관은 풍수학적으로 집에 복을 들어오게 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어떤 공간보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리유전자가 없는 사람에겐 신발장을 열어서 신발을 넣고 빼는 것조차 힘든 정리이다.

신발장에 넣고 빼는 게 번거롭다면 자주 신는 신발은 선반에 수납한다

그래서 나는 신발 선반을 현관 입구에 따로 두었다. 하루 종일 신어서 습기 찬 신발을 바로 신발장에 넣는 건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으므로 신발의 습기도 빼주고 정리도 해줄 겸 신발장 바깥에 신발을 쉽게 넣는 공간을 두니 신고 벗기도 편리하고 현관도 정리된듯한 인상을 주어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신발이 다 꺼내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주 신지 않는 신발을 신발장 안으로 넣어둔다.


컵은 가족 구성원 수보다 적게 꺼내 두기

주방도 마찬가지다. 정리할 게 없을수록 정리가 쉬워지는 공간이다. 가장 쉽게 지저분해지는 주방 용품은 바로 컵이다. 식탁에, 책상에, 주방 선반 등에 사용 후 아무 데나 자리하는 컵들은 주방을 지저분해 보이게 만든다. 컵을 사용하고 바로 씻어서 두는 그런 정리유전자가 없다면 컵을 가족의 수보다 적게 꺼내 둔다.

기본적으로 두개만 내놓는다 (나머지 컵은 상부장 안에 보관)

컵이 없으면 먹고 바로 씻어두지 않으면 다음에 사용할 컵이 없으므로 씻어서 사용하게 된다.


빨래 바구니는 반드시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둘 것

전에는 빨래 바구니를 세탁기 위에 뒀는데 세탁기 위에 두니 세탁실 문을 열고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신랑이 자꾸 세탁실 문 밖에 던져두어서 더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세탁기 위는 아이 손에 닿지 않는 높이어서 아이도 세탁물을 정리하지 못해서 내가 해줘야 했다.

세탁실 바로 앞에 둔 빨래 바구니

그런데 빨래 바구니를 세탁실 앞 책장 옆에 두니 아이도 남편도 쉽고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 빨래 바구니가 집안에 있는 게 보기 싫어서 세탁실에 뒀는데 오히려 더 지저분한 집을 만든 셈이다. 내 생각만 하지 말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두어야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쓰레기통은 집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두기

우리집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뿐이다. 그런데도 쓰레기가 집에서 뒹굴어 다니지 않는다. 집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쓰레기통을 두었기 때문이다. 보통 집의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통을 두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 구석에 있을수록 사용이 불편해져서 결국 쓰레기는 거실 테이블 위, 식탁 위, 책상 위 등에 뒹굴게 된다. 그렇다고 사용하기 편하게 온 집 곳곳에 쓰레기 통을 두면 일일이 다 비우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쓰레기 통을 집안에서 가장 많은 발길과 손길이 닿는 위치에 두면 오며 가며 버리기도 쉽고, 쓰레기 통이 하나뿐이라 쓰레기가 빨리 차서 바로바로 버리기 때문에 쓰레기를 오랫동안 묵히며 사용하지 않아도 되어서 위생상으로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정리하고 사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조금 더 정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활용품이 많지만 그러한 물건들을 사기 전에 필요없는 물건까지 정리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겨 정리가 좀 더 편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정리하며 산다는 것은 나를 더 잘 돌보는 일이다. 내 삶에 정리라는 책임감을 약간 얹어주면살아갈 힘을 키우게 된다. 삶이 무료하고 의미없게 느낀다면 당장 내 주변부터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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