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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어썸머 Apr 11. 2022

TV 없는 거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인테리어와 삶의 질을 위해.

우리 집엔 TV가 없다.

물론 신혼 때는 있었다. 아이가 7개월이 되었을 무렵, 이사를 하게 되면서 TV를 없앴다. 아무래도 TV가 있으면 괜히 쓸데없이 TV를 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이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없애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남편의 반발이 다소 있었으나,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여 결국 이제까지 TV 없이 살게 되었다. TV가 없다고 우리가 미디어를 완전히 차단하고 사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태블릿도 있고 빔 프로젝터도 있다. 이것들은 TV와는 기능이 다르다. 내가 TV의 방송시간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게 있을 때 내 시간에 맞춰 보고 싶은 영상만 시청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영상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하루 종일 미디어에 빠지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미디어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TV를 없앤 것은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 적당히 타협을 하여 하루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보게 해 준다. 동굴 속에서 사는 게 아닌 이상, 완전한 차단은 어렵다. 유치원에 다니며 친구들 사이에서 보고 들은 게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를 수도 없다. 아이가 할 일을 다하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보고 싶은 영상을 보게 해 주는데, 아이는 그 정도의 시간에 만족해한다. 어릴 때부터 과한 미디어 시청을 금지해와서인지, 영상을 보여줘도 사실 몸으로 노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때로는 피곤해서 영상 노출을 시켜주고 편히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이가 아직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만큼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려고 한다.


인테리어의 적 TV

TV만큼 인테리어를 망치는 가전이 또 있을까. 대부분 거실의 명당자리에 TV를 둔다. TV 때문에 소파 위치도 늘 정해져 있다. 늘 TV 맞은편에만 자리해야 하는 소파. 이리저리 가구 옮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TV는 인테리어 최대의 적이었다. 그런데 TV를 없애니 소파 위치도 자유로워지고, 거실 공간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TV가 없으니 TV보기 좋은 소파보다 이동하기 좋은 소파를 들였고, 덕분에 자주 소파를 옮겨보며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카페를 전혀 찾지 않게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가 카페처럼 좋아지니 굳이 카페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거실에 TV가 없으니 다른 가구의 위치 선정도 자유롭고, 때로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거실을 텅 비워 놓을 수도 있다.


요즘엔 거실에 피아노를 뒀다. 거실에 공간이 많으니 피아노라는 큰 가구를 사면서 어디에 둘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당분간은 거실에 두고 사용할 생각이다. 집에 빈 공간이 많으면 가구를 여기저기 옮기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서 좋다.


텅 빈 거실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거실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활용도도 높아진다. 아이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밤이면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보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요리를 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더욱 자유로운 공간이 되는 거실, 나는 우리 집 거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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