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미니멀리스트의 차 이야기
우리 식구에겐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차가 없었다. 아이도 있는데 어떻게 차 없이 살았냐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무탈하게 살았다. 도시를 벗어난 여행은 미리 시댁에 양해를 구하고 가끔 빌려서 탔고,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잘 살았다. 자차가 없기에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집을 구할 때 알아봤던 1순위 조건이 역세권인 집이었다. 지하철은 우리에게 필수 교통수단이었다.
물론 날씨가 안 좋을 때, 컨디션이 별로일 때, 짐이 많을 때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했다. 그런데 몸만 불편했지, 마음은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구매 1순위는 집이었고 그다음이 차였기 때문이다. 3년 전 드디어 내 집마련을 하고, 차근차근 돈을 모아 얼마 전 차를 구매했다. 이미 1년 전에 예약을 해둔 상태였기에 지난 1년은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10년 동안 차 없이 살면서 불편한 점도 많이 있었지만, 영원히 차 없이 살 것은 아니었기에 잠깐의 불편함일 뿐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두세 정거장쯤은 늘 걸어 다녀서 따로 시간 내어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일상 속 걷기를 습관화할 수 있었고, 차가 없기에 주차걱정도 차가 밀릴 걱정도 없었다. 아이와 재잘재잘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수많은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어쩌면 남들에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차'의 존재에 대해서, 우린 누구보다도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일상에 흥미를 잃게 될 때가 많은데,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설레는 일상을 선물 받은 것 같아서 더 감사하다. 빨리 모든 걸 다 이루는 것보다 천천히 이뤄나가며 감사하고 즐거운 순간을 더 오래 음미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아직 내게 설렐 일이 참 많이 남아있다는 건 큰 선물이다!
남들은 다 가졌는데, 나만 가지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우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더 신경 쓰고 애달파한다. 하지만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희망과 설렘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즐거움을 기꺼이 만끽해야 한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 이미 가진 소중한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올해 아홉 살이 되는 아이에게도 차와 함께 하는 일상이 매우 설레는 일인지 밤늦게 갑자기 드라이브 가자고 조른다. 뒤늦게 장만한 자동차 덕분에 우리의 일상이 갑자기 새로워지고 더 즐거워졌다. 차가 있으니 마트 갈 때 이렇게 편하구나, 차가 있으니 짐이 많아도 걱정이 없어, 차가 있으니 아무 때나 갑자기 훌쩍 떠날 수 있어, 차가 있으니 이제 캠핑도 할 수 있겠다!
중고마켓으로 캠핑장비를 하나씩 찾아보는 요즘, 매일이 설렘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