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러너의 러닝 일기
무슨 일이든 힘을 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다 보면 욕심이나기 때문이다. 요즘 내겐 러닝이 그렇다. 러닝의 흐름을 타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지면 은근히 기록 욕심이 난다. 그렇게 욕심내서 더 빠르게 달리다 보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면 러닝 후에도 힘들지 않다. 다리 통증도 없다. 잘 달렸다는 증거이다. 러닝 후 아프다는 것은 바른 자세 아니거나 신발이 맞지 않거나 속도가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마라톤처럼 장거리를 달리는 경우가 아닐 경우에 말이다. 나는 10km 미만으로만 달리기 때문에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러닝을 즐기고 싶어서 몸을 사려야 하는데 달리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어제보다 기록을 단축하고 싶고, 조금 더 달리고 싶은 그런 마음.
하지만 무사히 내일도 모레도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 욕심을 억누르며 안전하게 달리려고 한다.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른다는 것 자체가 운동에서는 어찌 보면 어불성설 같은 말이지만 나는 최대한 오래오래 달리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달리려고 한다.
매일 러닝을 하다보니 굳이 내가 애써서 기록을 단축하려고 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체력이 증가하고 달리기 능력도 성장해서 저절로 러닝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엔 7분 30초대로 천천히 달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천천히 여유롭게 달리자' 마음먹고 천천히 달려도 6분 30초대가 나오는 것과 같이 말이다. '천천히'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다 보면 또 욕심이 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5분 대도 노릴 수 있겠는데? 싶지만 내가 애써 노력해서 얻는 시간단축보다 애쓰지 않고 저절로 획득하게 되는 실력 향상이 더 기대되기 때문에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 달리고 또 달리면 언젠가는 달라진다는 것을 지난 2년간 달리며 느꼈다. 2년이 넘도록 3~4km 정도만 천천히 달리며 '억지로' 달렸던 마일리지의 누적 덕분에 이제 6~7km도 쉽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기나긴 러너스블루의 터널을 통과해서 이제야 나도 '러너'라고 스스로 칭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그렇게 러닝을 통해 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볼 의지가 생겼다. 도전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원히 '젋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리면서 영원히 젊음을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