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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어썸머 Apr 17. 2022

설거지하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

기분 좋게 설거지하는 비법

난 집안일 중 설거지를 제일 싫어했다. 요리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요리하고 난 뒤의 뒷정리인 설거지는 더욱더 싫었다. 주방에 가는 것을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는 주부였다. 그러니 주방 없는 집을 꿈꿨을 수도.... (이전에 발행한 글인 <주방이 없는 집>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기세척기를 사지 않았다. 식기세척기를 두면 주방이  좁아지기도 하고 식기세척기 관리도 쉽지 않을  같아서이다. 하지만 가장  이유는 점점 설거지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나는 서로 설거지를 하고 싶어 하게 되었다. 우리집에는 티비가 없어서 태블릿이나 폰으로 영상을 보는 편인데 설거지하는 동안 각자의 휴대폰으로 원하는 영상을   있기 때문이다. 왜 굳이 설거지하는 시간에 보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부부 둘 다  '효율성' 중시하는 편이라 그냥 뭔가를 보기만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면서 드라마나 스포츠 영상을 보면 오히려 보람찬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으면 설거지할  조금만 쌓여도 흥이 절로 난다. 설거지할  있다는 것은 드라마를   있다는 것이므로!


나는 미드를 즐겨보는 편이라 나에게 설거지하는 시간은 '미드 보는 시간'이다.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편이 자신만의 시간을 포기하고 아이와 놀아주는데  홀로 편히 드라마만 보고 있으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만, 설거지를 하면서 보면 그런 마음이 없어진다. 오히려 당당하게(!) 설거지를 즐길  있다!


그렇게 미드를 시청하며 설거지를 해오다 보니, 설거지가 점점 좋아졌다. 식사를 하고 마무리까지 깨끗하게 하고 나면 프로젝트 하나를 마감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설거지하고 마무리하는 방법을 간단히 기록해본다.


개수대 안에 두고 사용하는 주방세제

주방을 인테리어를 할 때 싱크대에 일부러 세제통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세제통이 있는 싱크볼과 없는 싱크볼을 선택할 수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세제통이 있는 개수대를 사용했는데 세제통을 세척할 수 없어서 (할 수 있더라도 번거로웠음) 매우 찜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제통이 없는 싱크볼을 선택했고, 세제통은 항상 개수대에 놓고 사용한다. 설거지를 하며 세제를 사용할 때 세제가 조금 흘러도 세척이 쉬워서 싱크대 관리가 더 수월하다.


설거지 후 고무장갑은 걸어서 말려준다

설거지를 하고 난 뒤 고무장갑은 이렇게 걸어서 말려준다. 싱크대에 걸쳐두는 것은 위생상 좋지 않으며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처음엔 고무줄에 걸쳐뒀는데 오래 쓰다 보니 고무줄이 수전에 붙어버릴 때가 있어서 지금은 머리끈을 묶어서 사용하고 있다.


수세미는 하나만!

없애버리고 싶지만 꼭 필요한 수세미 거치대. 물때도 잘 생겨서 늘 귀찮게 제거해줘야 하지만 미드를 보면서 하면 되니까 그마저도 즐거운 시간이 된다. 수세미 유목민으로 참 다양한 수세미를 사용해봤는데 지금은 스카치 수세미로 정착했다. 일주일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며 사용 중이다.


손세정제 역시 주방에 꼭 필요한 물품! 음식을 조리하다 보면 손 씻을 일이 많은데, 급할 땐 주방세제로 씻을 때도 있다 보니 손이 더욱 건조해져서 손세정제를 따로 두었다. 특히 계란을 만지고 나면 손을 꼭 씻는 편이라 손세정제는 주방의 필수품이다. (욕실에서는 비누를 사용하지만 재료를 많이 손질해야 하는 주방에선 위생상 손세정제를 사용한다)


관리가 쉬운 스테인리스 도마

신혼 때는 나무 도마를 사용했지만 관리도 어렵고, 위생상 좋지 않다고 하여 스테인리스 도마를 1년째 사용 중인데 만족한다. 특히 김치 등 양념이 있는 재료를 사용할 때 물드는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조만 잘해주면 되니 관리도 편하다. 사용 후엔 바로바로 세척 후 이렇게 세워서 건조해준다.


수저 등을 세척하고 난 뒤엔 이렇게 건조해두고 다음 설거지 전에 서랍에 정리한다. 이런 주방 도구들이 건조가 다 되었음에도 싱크대 위에 올려져 있으면 주방이 어지러워 보인다.


주방 싱크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조'이다. 싱크볼을 제대로 닦지 않고 물기가 흥건한 채로 두면 물때가 생겨서 위생상 좋지 않다. 설거지 후엔 항상 이렇게 닦아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식기 건조대는 항상 위로 꺼내서 사용한다. 그래야 건조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설거지할 때 식기 건조대 아래로 떨어지는 물기는 주방 행주를 깔아서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 깔끔하게 싱크대를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설거지 후 다 젖은 행주는 꼭 건조해준다.


사람들마다 다른 방법으로 저마다 편리한 방법을 택하는 설거지. 그래서 다른 이들이 설거지하는 방법, 주방을 관리하는 방법을 보는 것은 참 흥미롭다. 완전히 같은 방법으로 주방을 관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고 실천하다 보면 좀 더 주방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설거지하는 시간을 미드 보는 시간으로 바꾼 뒤, 설거지까지 좋아져 버린 나. 앞으로도 이 기쁨을 식기세척기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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