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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Feb 14. 2021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영화 '소울'을 보고 


영화 <소울>을 봤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에 이견이 없다. 특히 코로나 19로 사람들과의 교류가 급격히 적어진 시점에서 보자니, 평범한 일상이 주는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재즈)을 하고, 꿈꾸던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만이 인생의 ‘의미’ 이자 ‘불꽃’이라 굳게 믿지만,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을 봐’ ‘매일을 살아가는 네 모습에 진짜 네 자신이 있어’라고 외친다. 



걷기, 볕을 쬐고 앉아있기, 커다란 페퍼로니 햄이 턱 하고 올려진 피자를 한입 가득 넣어먹기, 음이탈을 일삼는 학생의 연주를 인내하며 들어주기, 엄마가 세탁해둔 팬티를 부끄럽게 받아 들기,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피어나는 잔소리를 BGM 삼아 가볍게 엄마를 껴안기...



피아노를 치는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순간들이지 않은가, 결국 그것들이 모여 음악이 되니까. 



일전에 무엇이 되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내 지난날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영화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인생은 그저 매일의 오늘이 모여 이뤄지는 시간일 뿐인데,  우리가 앞서 나가 과대포장을 하는 것 같다. 

‘나’라는 포장지를 벗기면 뭔가 대단한게 나올 것 같지만, 어디 그런가? 

그 안에 든 것이라곤, 

같은 방에서 일어나 집 앞 공원을 걷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이 주를 이룰 것이니... 

그 평범한 장면들이 내가 위대하다 여겼던 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이루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연하다 여긴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값진 선물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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