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 통(痛)

다 귀찮다, 부질없어.

by 앨리스 W

거의 일주일 만에 집을 나섰다. 병원 때문에 부득이한 외출이었다.

모처럼 밖에 나가니 초여름의 햇살은 눈이 부시고, 나를 지나치는 공기는 살랑살랑 적당히 덥기도 시원하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며 자연스레 맡게 되는 꽃향기도 어찌나 달콤한지. 절로 미소 지어지는 여름날이었다.


근래 들어 몸이 자꾸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몸의 각 부위가 돌아가며 아픈 것이 마치 돌림병처럼 지속되고 있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치겠지만 시간이 가도 덜할 줄을 모르니 절로 지쳐가는 날들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극복하고자 약을 먹으면 머리가 혼탁해지고 정신이 없어지니 무엇을 계획하거나 시작할 마음을 먹을 수도 없다. 그러니 한없이 지치고 가라앉고 우울할 수밖에.


오늘은 새로운 병증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원인을 묻는 나에게 의사는 '나이 탓'이란 결론을 내려 주었다. 그 나이 또래의 여성분들이 개인차는 있지만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해 겪는 것이라고.

이약 저 약 한 봉지 가득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대로 땅으로 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한 번도 수월하게 지나가는 것이 없을까. 평생을 이모양이냐, 난.

그랬다. 모든 것은 나이 탓. 죽을병은 아니나 나이 탓.

사춘기에 성장통을 겪듯 나는 늙음 통을 겪는 중인 것이로구나.

늙어가는 것을 체감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은 아직 심하게 말하면 고등학교 때 이후 멈춰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늙음 통 같은 것은 견뎌내고 싶지 않고, 이겨내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귀찮고 짜증만 치밀었다.

성장통은 다음을 기약하지만 늙음 통은? 무슨 효용가치가 있을까?

당황스럽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몸이라니.

노화 앞에 모든 노력은 부질없었다. 뭐 하러 아등바등 열심히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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