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애가 맞아요, 죄송합니다.

하지 말라면 쫌 하지 말자

by 앨리스 W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 받을까 하다 느낌이 이상해 받았더니 아파트 관리사무소였다.

우리 집 아이가 아파트 공동 현관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파손시켰다고 했다.





CCTV를 확인하러 가면서도 참... 이게 뭔가.. 설마, 설마, 설마

'우리 애가 그럴 리 없어...' 생각을 아이에 대한 예의상 한 두 번은 했지만, 아니었다.

사실상 나의 모든 감각은 확실하게 '우리 애가 한 짓이 맞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번씩 나오는 우리 애의 똘끼... 가 맞는 것 같아. 하다 하다 이런 짓까지 하다니


CCTV에 선명히 찍힌 우리 애의 뒤통수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얼굴이 안 나오면 뭐... 걷는 모습만 봐도 머리 뒤통수만 봐도 내 아들이 확실한데.

부인이고 나발이고 진상짓을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내게 남은 건 빠른 인정과 사과뿐.

부모로서 모자란 내 아들의 행동과 잘못으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을 깊이 사과하고 빠른 복구를 약속하며 배상금액을 타진했다.


관리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근처 놀이터의 벤치에 앉았다.

하늘은 파랗고 날씨고 좋고 꽃도 지천으로 피어 눈도 호강이고 이토록 향기로운데

왜 또 나만 죄인이냐...


너는 왜 우산 꼭지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명중을 시키고 싶은 걸까?

손으로 살살.. 이게 어려운 일일까, 너에게는?



멀쩡하게 모범생으로 살던 아이가 한 번씩 이렇게 나를 기함하게 만든다.

알다가도 모를 내 아들의 이상한 정신세계.

환장한다. 어떤 추측이나 예측도 불가능해 앉은 채로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아야 하는 나.


내 인생은 가면 갈수록 신세계를 만난다. 이제는 안 만나고 싶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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