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사람이야
사랑한다. 당연히 사랑하는 내 자식이다.
그러나 가끔은 진심으로 미울 때가 있다.
부모가 들고 나는 것을 보면서도 제 방에서 핸드폰이나 들여다보고 앉아 알은체도 하지 않을 때
잔소리 좀 들었다고 보란 듯이 식사를 안 하겠다고 거부할 때
외출을 하면서 보란 듯이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무시하고 휙 나가버릴 때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논리랍시고 늘어놓으며 똥고집을 부릴 때
......
우리 집 남자들은 비염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자주 들락거린다. 환절기에는 거의 일수 찍으러 다니는 수준이다. 아프니까 병원에 가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문제는 우리 동네 이비인후과 병원은 무척 손님이 많아서 평일도 1시간 이상 기다림은 예삿일이다. 그러나 평일에는 누군가 대신 병원에 방문해 일찍 접수를 해주면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간에 환자가 도착하면 바로 진료를 봐주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누군가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집 아이들의 경우에도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는 시간 그 사이가 매우 촉박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가 접수를 해두곤 했었다. 당연히 아이의 시간을 아껴서 간식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날도 그랬는데, 아이가 병원에 도착해야 할 시각인데도 소식이 없어 여러 번 문자를 하고 마스크를 챙겨야 한다고도 알렸다. 준비해 오라고. 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꼬우면 직접하시덩가, 잔소리 되게 많네.
누가 기다려달랬나.
거기서 참지 않았다. 폭발했다.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저것이 진정 사람인가. 저런 것이 공부해 뭐 하겠나.
인성 쓰레기는 공부해서 똑똑해지면 사회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사람이 되므로 공부시키면 안된다는게 평소 지론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그꼴이다. 참담했다.
사춘기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아니, 사춘기라고 다 이해해 줘야 된다고 몰아가는 것도 되게 웃기다.
지금까지 예의 없고 개념이 없고 건방지게 굴어도 '저도 사람이면 저러다 제자리로 돌아오겠지'하는 마음으로 로 그냥 놔두었더니 하다 하다 별꼴을 다 본다.
세상의 중심에 온통 자신만이 존재하는 대단한 너.
그런 사고방식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생겨날 수 있고 장착할 수 있는 건지 난 진정 모르겠다.
진심으로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자기 기분이 나쁘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단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온통 자기 합리화에 자기 방어적이며 자기변명으로 무장한 상태로 오직 남 탓만을 한다. 나름 논리적이라며 차근차근 궤변을 늘어놓을 때 기함할 지경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의견과 주장과 고집과 아집이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지적하면 절대 굽히려 하지 않는다.
아이마다 교육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녀석은 본인의 논리를 하나하나 깨부숴줘야 하는 아이에 속한다. 그만큼 체력 소모도 크고, 정신적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논리를 박살 내주려면 일단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데, 듣다 보면 가관이라.
열통 터지고 혈압이 올라서 환장하는 심정을 누가 알까.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척하고 있지만 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오직 하나다.
이게 사람인가? 내가 무엇을 낳은 것인가?
결국엔 내 탓이다. 저게 어디 사람이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한숨이 절로 난다. 내 한숨으로 땅보다 더한 것도 꺼뜨릴 수 있을 것 같다.
벽창호 같은 녀석을 붙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까.
몇 번쯤 설명을 하면 씨알이라도 좀 먹힐 수 있을까.
세상의 중심에 오직 저만 존재한다고 여기는 저 이기적인 생명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이 귀하면 남도 귀하다는 것을 왜 전혀 인식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