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미로에 갇혔다

by 앨리스 W

내가 사는 지역에 함박눈이 펑펑 왔다.

4월을 목전에 두고 함박눈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적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한 번도 없었다.

계절도 날씨도 나를 따라 미쳐가고 있는 건가.


난 미로에 갇혔다.

아무리 용을 쓰고 안달을 해봐도 결국엔 사방이 막혀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그냥 그 자리에서 썩어 망부석이 되어버리려나.

이만하면 지혜도 좀 있고 하다 못해 잔꾀라도 있을 법도 한데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안 보인다.

내가 아는 모든 방법들은 이미 다 써봤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 보다.

주기적으로 암흑기를 보내지만 한동안은 괜찮았고 가벼운 충격들은 버텨낼 만했고, 그런 간단한 경험들로 나는 어느 정도 해결책들은 구비하고 있다고 자신했었다.

내가 가진 해결책 중 무엇이든 하나는 맞겠지.. 하는 정도의 경솔한 믿음과 자신감이 장착되었었나 보다.

한동안 너무 한가하게 보냈던 걸까. 행복의 대가를 이런 식으로 치르는 걸까.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잠시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던 걸까.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견뎌내고 해낼만한데, 어두운 내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도무지 달아날 수가 없다.

끝도 없이 꼬리를 무는 어두운 생각들은 더더더 깊은 수렁으로 내 발을 잡아 끈다.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없고 당연히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

이런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들키기도 싫다.


더 망가지기 전에, 더 피폐해지기 전에

내가 빠진 구덩이 밖으로 걸어 나가든 기어나가든 어쨌든 나가야 하는데

안된다. 왜 안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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