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괴롭고 자꾸 화가 난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친정에 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물렀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손주들을 몹시 보고 싶어 하셔서 이번엔 무리해서 며칠 먼저 친정에 갔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아침에 자고 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만 들어보니 딸네 식구들의 방문으로 늘 정돈되어 있던 집이 짐들로 지저분해진 것이 매우 못마땅한 것이었다. 여기저기 놓인 짐들과 간식거리들, 반듯하게 놓이지 않은 살림살이들이 거슬리는 것이었다.
엄마는 무척 깔끔한 성격이다. 그런데...... 그래서 뭐?
언니와 내가 여기서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며칠뿐인데.
친정에 오면서 바리바리 싸 오고, 사 오고 한 것들이 많으니 냉장고에 다 안 들어가고 정리가 다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 집은 모이면 총 10명이다. 장 보는 규모도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가 시골에서 장 보러 가기도 힘들고, 매일 해 먹는 것이 뻔하므로 영양가 있는 특식을 좀 해드리고 싶어서 나름 생각해서 준비를 해 간 것이었다.
며칠 동안 대식구가 삼시 세 끼를 해 먹어야 하니 장도 넉넉하게 보고, 평소에 엄마가 점심준비를 힘들어하시므로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간편들식들도 준비했다.
그런데, 엄마는 저런 식으로 짜증을 내다니.
돈도 돈이지만 일하는 사이사이 음식을 장만하고, 장을 보고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부모님을 생각해서 우리는 친정에 가면 오히려 더 바쁘다. 식사 준비도 정리도 모두 딸들이 한다.
엄마, 아빠는 딸들이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을 알기는 아는 걸까.
아니, 생각을 해본 적은 있나.
도대체 딸들을 뭘로 생각하는 거지?
우리 집은 삼 남매다. 딸 딸 아들.
아들은 늦둥이 장남, 일명 귀남이.
유독 아들 아들 하는 집에 시집온 엄마가 딸만 둘을 낳고, 아빠에게 첩을 얻어주겠다며 난리를 치는 할머니로부터 온갖 시집살이를 겪다가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이다.
그래, 인정. 엄마 힘들었지.
아들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인정한다. 인정해 주겠다고.
내가 직접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어 자식을 키우다, 가끔 의문이 들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 어떤 것도 나는 받아본 적이 없네.
우리 엄마는 날 너무 막 키운 거 아닌가? 나 완전 혼자 컸네?
그래도 그냥 넘겼다. 그때는 먹고살기도 힘들 때이기도 하고
그땐 다 그렇게 컸지. 왜 우리 아이들이랑 비교를 해.
그런데 요즘 들어서 자꾸만 못 받은 것, 서운했던 것만 생각이 난다.
아무리 나를 위해 해줬던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해도 없다.
엄마는 딸들에게 도대체 뭘 해줬나?
해준 것도 없으면서, 왜 딸들한테는 이런 별것도 아닌 일로 짜증을 내고 성질을 부리는 걸까?
오히려 딸들이 신경 써 살펴주고 노력을 하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들한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줬으면서. 이 아이는 심지어 유학도 다녀왔다.
언니나 나는 집안 형편을 고려해 입도 뗀 적이 없는데.
아무리 불공평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어도, 나에게는 왜 해주지 않았냐고 묻거나 따진 적 없다.
그런데, 왜 엄마는 딸들에게 이러는 걸까??
여기저기 들이받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듯한 요즘 나의 작태.
심성이 배배 꼬인 상태다. 무엇을 들어도 무엇을 보아도 제대로 봐지거나 들릴 리가 없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않은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다.
가끔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냉랭하게 간단한 대답만 하고 끊는다.
엄마 아빠는 연세가 많다. 같이 보낼 시간이나 전화 통화를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얼마나 땅을 치며 후회하려고 이러는지.
안다. 잘 아는데 어찌 되지가 않는다.
그렇게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하고 점점 나를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계속 마음에 노여움과 원망이 가득하고, 슬프고 괴롭다.
이 나이에도 아직 어린가 보다. 미성숙한 나.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언제 성숙 해질 건지 또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