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진짜 얼굴과 지구의 미래
수도에 살다 보면, 밤하늘에서 별 하나 찾기가 참 어렵다.
공해와 미세먼지 사이로 겨우 남아 있는 건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 가장 밝게 빛나는 행성, 금성이다.
영어 이름은 Venus.
미의 여신을 뜻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아름다운 이름 아래 숨은 금성의 실체는
신의 장난처럼 지옥의 특징만 오롯이 모아 둔 행성이다.
금성은 크기, 질량, 밀도까지 지구와 놀라울정도로 비슷하다.
중력도 비슷해서 선조들은
“지구보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우니, 아마 좀 더 따뜻한 별이겠지?”
하고 상상했다.
그러나 탐사가 시작되면서
그 상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금성의 자전 방향은 지구와 반대다.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서쪽에서 해가 뜨는” 일이
금성에서는 실제로 벌어진다.
더 놀라운 건,
금성의 자전주기가 243일이라는 사실이다.
공전주기(1년)는 225일.
즉 금성에서는 하루가 1년보다 길다.
낮은 무려 117일 동안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낮과 열기.
지옥을 상상한다면 이런 풍경일 것이다.
금성 표면 온도는 섭씨 480도.
납이 녹아내리는 온도다.
대기압은 지구의 90배.
지금 나를 누르는 기압이 90배가 되어 내려앉는다고 상상하면...
그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바람은 초속 100미터.
지구에서는 초속 54미터만 되도 '매우 강한 태풍'인데,
금성의 초속 100미터 앞에선 지구의 태풍조차 귀여운 수준이다.
대기의 96%는 이산화탄소.
태양빛은 안으로 들어오지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온실효과가 끝없이 폭주하는 곳.
희미한 자기장 아래,
가벼운 수증기는 태양풍에 휩쓸려 사라졌고,
하늘은 결국 무거운 황산구름으로 뒤덮였다.
금성에서는 황산비가 내린다.
하지만 표면 온도가 480도.
황산의 끓는점인 337도를 훌쩍 넘기 때문에,
비는 땅에 닿기도 전에 모두 증발해버린다.
내리지만, 완주하지 못하는 비.
그래서 금성에는 바다가 없다.
지구로 치면,
비가 오는데 지표면이 150도라
땅에 닿기도 전에 수증기로 사라지는 상황과 비슷하다.
다행히 지구에는 그런 곳은 없다.
아직까지는.
금성에서는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 태양을 볼 수 없다.
두꺼운 대기가 햇빛을 전부 흩어놓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와 온실효과, 황산비까지…
모든 것이 과열된 금성은
바다도 잃고
자기장마저 희미해져
무거운 황산만 남아버렸다.
학자들은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지구에서 이산화탄소가 점점 많이 대기로 올라가고,
온도가 오르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분출되며
악순환이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폭주 온실효과'
예전에 금성은 지금의 지구와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자기장을 잃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아니면 온실효과가 폭주해서 이렇게 변한 걸까?
어쩌면 금성은,
우리가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될
지구의 미래 실패 버전일지도 모른다.
이런 걸 생각하다 보면
과학은 상상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멀리, 더 깊이 데려간다.